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한 달 동안, 새로운 정책들이 매일 빠르게 몰아쳤고, 그로 인해 정책적 불확실성과 팽창주의 및 고립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대중 강경정책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던 대중 강경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취임 직후 기존 25% 대중 관세에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특히 지난 16일, 국무부의 대만 관련 팩트시트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삭제되었다. 이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유연성을 시사하며, 국제법상 더 큰 법적 지위를 가진 정치체제에 대한 미래의 인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대중 압박과 강경정책은 워싱턴에서 초당적 접근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22일 하원 미중경쟁특위 위원장인 존 물레나 의원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미국을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펜타닐, 지식 재산권 도용, 초국적 억압, 대만, 무역 등에서 중국 공산당의 공격이 모두 같은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일환임을 보여주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의회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초당적 지지를 받는 컨센서스로, 2023년 제118대 의회에서 신설된 하원 미중경쟁특위를 시작으로 공화·민주 양당은 대중국 정책 관련 의안에 대해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선택적 다자주의와 관여(Selective Multilateralism and Engagement)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유럽과 중동에서의 주요 현안들이 해결되고 나면, 중국에 더욱 집중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쿼드(Quad), 미·일·호, 미·일·필, 오커스(AUKUS) 등과 같은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협의체들을 중심으로 안보 역할을 분담하며 대응할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7일 미·일 정상회담 성명과 2월 15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공동 성명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역내 소다자주의 협의체는 전략적 분담 차원에서 핵심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사후 약방문식의 단기적 대응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역내 소다자주의 협의체에서의 역할을 확장하고, 협력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동시에, 디리스킹(De-risking)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과의 고위급 전략 대화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먼저, 한·미·일 협력을 기반으로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베트남 등 인도·태평양 역내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국가로서, 전략적 모호성이나 전략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실용주의적 접근, 초월 외교와 같은 정책은 현실적으로 더 이상 효과적인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안보 협의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운신의 폭을 넓히고, 역내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 

최근 필리핀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호주 등 4개국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스쿼드(Squad)'에 한국의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은 이 협의체에 참여하여 남중국해 해양 경비와 해양 안보 협력,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최근 필리핀은 FA-50 12대, 베트남은 K9 자주포 20여 문을 구매하는 등 남중국해 분쟁과 미중패권경쟁에 맞물려 한국 방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동남아 국가들과의 방산 협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ASEAN의 파트너 국가들과 전략적 및 적극적 공적개발지원(ODA)을 통해 역내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오커스(AUKUS) 필러 2 첨단 기술 협력에 대한 가입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오커스 필러 2 가입을 통해 역내 안보에 기여하고, 해군력 향상을 위한 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의 관리와 디리스킹을 위한 고위급 전략 대화는 이 상황 속에서도 지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회 차원에서도 IPAC(대중국 의회 간 협의체) 등에 재가입하여 동맹국 및 유사 입장 국가들과 중국의 인권 및 경제 안보 침탈 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 정책 협력과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트럼프 2기 시대의 미중 경쟁에서 행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기 어려운 이슈들을 의회 차원의 전략적 접근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선도적으로(Proactive)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을 설계하고, 한·미·일 협력을 중심으로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 등과 함께하는 다자 안보 협력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가치와 규범을 확립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또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방산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며, 전략 및 적극적 ODA를 통해 역내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강조하고, 윈-윈 (win-win) 전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