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1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한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
이진우(한반도청년미래포럼 국제지부 대표)
사흘 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전략적이고 세밀한 외교적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은 미중 경쟁, 북핵 문제,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재편성 등 복잡한 국제적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의 강화뿐만 아니라, 국제 자유 질서에서의 입지 강화,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한 다각적인 외교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와 같은 외교적 접근은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서, 한국의 중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증진하는 데 필수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제119대 의회의 중국과의 디커플링 정책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중국산 제품에 6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며, 조선업 부활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해군력과 국방력을 증강시켜 중국과의 신냉전(New Cold War)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레이건 행정부가 소련과의 냉전 때 사용했던 "우리가 승리하고 그들이 패한다 (We Win, They Lose)"는 전략을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중국이 지고, 미국과 동맹국이 이기는 것을 공화당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였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미 의회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영향력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118대 의회에서는 대중 강경 정책이 초당적으로 지지받고 있으며, 특히 하원 미중경쟁 특별위원회가 틱톡 금지법 등 대중 디커플링 정책의 핵심적인 추진 역할을 맡아왔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119대 의회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설정하고, 중국의 영구 정상 무역 지위(PNTR) 박탈 등의 초당적 조치가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와 119대 의회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에 맞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이하여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선명한, 선도적인(Pro-active) 외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은 G7+ 국가로서 글로벌 사회에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 문제 등의 글로벌 이슈에보다 주도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과 같은 대전략(Grand Strategy) 수립을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지정학적 이익과 미국 및 국제 자유 질서의 이익을 반영하는 새로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인태지역 역내 및 국제 자유 질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외교 안보적 레버리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 한일 협력의 지속성과 강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일 양국은 전략적 파트너로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두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은 한일 간의 협력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의회 외교 또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의회 외교력은 일본이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특정 이슈에만 집중하는 소극적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같은 특정 사안에 대응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수습하려는 방식은 한계를 드러냈다.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 법안(H.R. 3446)이나 종전선언과 같은 특정 이슈에만 매몰된 의회 외교 역시 바람직 하지 못하다.
보다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의회 외교 강화를 위해서는 지난 4월 무역협회 워싱턴지부에 설립된 한미 의회교류센터와 주미 대사관 의회과 등의 인력과 조직을 강화 및 보충하고, 의회 내 주요 그룹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 청년들의 미 의회 진출 역시 타 국가들, 특히 일본에 비해 적은데, 한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아웃리치가 절실하다. 또, 40여 개국 의회가 중국의 위협에 전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IPAC(대중국 의회간 협의체)과 같은 국제 의원 협의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 의회 외교 역시 주도해 나가야 한다.
또, 미국 의회 내 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전략적 아웃리치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하고 있으나, 거버넌스 그룹, 메인스트리트 코커스, 문제해결 코커스 소속 의원들 중심의 중도보수 그룹은 대부분 과거 공화당의 주류 개입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현재 정치적 환경 탓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개인의 외교 안보적 성향은 기존 개입주의적 성향을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개인적 성향과 안정적인 공화당 지역구, 즉 'Safe GOP'가 아닌, 양당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지역구를 둔 의원들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들은 지난 4월 통과된 H.R. 8035 우크라이나 안보 추가 지원 세출법안을 통과시킨 주역들이기도 하다.
상원의 경우 특정 분파가 존재하지 않지만, 중도보수 성향을 가진 리사 머카우스키, 수잔 콜린스, 토드 영 등 약 9명의 상원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치에서 자주 인용되는"All politics is local (모든 정치는 지역적)” 이라는 말처럼, 각 의원의 지역구 이익과 관심사에 따라 투표 성향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중도보수 성향 분파의 입지와 의원들의 개인적인 투표 성향이 당의 외교 안보 법안 및 정책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아웃리치는 미 의회의 외교 안보 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의 라포 형성 및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의 협상은 향후 한미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닛케이 신문은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이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는데, 이는 매우 괄목할 만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이른바 '브로맨스' 외교처럼, 한국도 트럼프 개인과의 ‘케미스트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또, 기브 앤 테이크, 즉 거래 방식의 협상 전략을 통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조선업 및 제조업 분야의 협력 증대를 통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과 같은 국가 안보적 이익을 얻어내, 양측의 이익을 관철하는 윈윈(win-win) 방식의 대미외교 레버리지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조선업 분야는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같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이 주목하고 있는 전략적 분야로, 한국은 이를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강화에는 미국 의회 내에서의 상당한 정치적 노력이 동반될 것이기에, 특히 MRO(유지, 보수, 정비) 부문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 간의 경제적·안보적 상호 의존을 강화하여, 한국의 국가 안보적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에서는 실질적인 상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한미 관계를 보다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kfprogress.org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