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호] 2030이 진보 대신 '실용적 보수'를 택한 이유

권순형(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가혹한 각자도생의 기술 혁명 속에서 청년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2030 세대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가치는 진보가 말하는 '결과의 평등'이나 '무조건적 분배'가 아닙니다. 그들은 보수가 수호해 온 '자유와 성장', 그리고 '룰의 공정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지난 진보 정권이 내세운 '결과의 평등'이나 '도덕적 우월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내로남불'과 '지대추구'로 변질되는지 뼈저리게 목격했습니다. 지금 2030 세대가 원하는 공정은 결과값을 똑같이 맞추는 억지스러운 평등이 아닙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반칙이 용인되지 않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룰'입니다. 이는 보수주의가 수호하는 자유시장경제 및 법치의 근본정신과 정
확히 일치합니다.
고도성장이 끝나고 근로소득의 가치가 자본소득에 비해 턱없이 추락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스스로 자산을 증식해 생존하려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가가 내 삶을 온전히 책임져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청년들은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 과세, 부동산 징벌적 세금 등 개인의 자산 형성을 사다리 걷어차기 식으로 막는 규제에 강한 반감을 갖습니다. 국가가 세금으로 부를 거두어 시혜적으로 나누어주는 낡은 복지 모델보다, 내 자산을 자유롭게 불릴 수 있는 환경(감세, 규제 완화, 사유재산권 보호)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바로 2030의 실질적 보수화 경향의 핵심입니다.
2030의 보수화는 기성세대의 반공주의나 권위주의적 보수와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합니다. 이들은 철저히 개인의 자유와 취향의 존중, 그리고 경제적 이익에 기반한 '실용적 우파'이자 '라이프스타일 보수'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삶을 통제하려는 국가주의적 간섭(게임 셧다운제, 해외 직구 규제 등)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또한, 대형마트 새벽배송이나 자율주행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AI와 신기술을 도구 삼아 1인 창업, 긱 워커(Gig Worker), 스타트업 등에 도전하는 2030 세대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기 위함입니다.

이제 정치권의 아젠다는 AI 시대의 생존법에 맞춰 전면적으로 리모델링되어야 합니다. 노동 개혁은 단순히 해고를 쉽게 만드는 유연화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AI로 인해 정규직 신입 채용이 증발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프리랜서나 1인 기업 등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보호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로 진화해야 합니다. 교육 개혁 역시 전통적인 중·고·대학 중심의 입시 제도에서 벗어나, 시대가 당장 요구하는 AI 활용 능력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등을 유연하게 배울 수 있는 실무 중심의 재교육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과거의 보수가 절대빈곤이라는 '가난'과 싸워 이겼다면, 미래의 보수는 AI가 가져올 '기회의 박탈'과 싸워야 합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내일 당장 AI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생존의 도구입니다. 2030 청년들의 벼랑 끝 생존이라는 절박한 질문에 치열하고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실용적 보수의 미래 존재 가치가 증명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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