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호]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AI인가, 규제인가?

권순형(서울대학교 경제학부)


2026년 3월, 대학 캠퍼스에는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지만 2030 청년들의 취업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매서운 한겨울입니다. 수시 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신입의 자리는 경력직으로 채워지고 있고, 그나마 남은 단순 사무직이나 주니어 개발자의 빈자리는 눈부시게 발전한 생성형 AI가 꿰차고 있습니다.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치며 불합격 통보를 마주하는 청년들에게는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일자리를 AI가 다 뺏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청년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이 과연 AI 기술뿐일까요?

AI가 일부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낡은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동시에 그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왔습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 구조가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할 만큼 경직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채용은 철저히 비용과 편익, 그리고 리스크(위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 규제는 한 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경영 환경이 급변해도 고용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기술의 발전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수십 년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신입사원 채용은 기업에 너무나 큰 리스크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기업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AI 소프트웨어 구독 버튼을 누르거나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만 찾는 합리적(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선의로 만들어진 강력한 노동 보호법과 경직된 호봉제는 역설적으로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2030 청년들에게 가장 가혹한 족쇄가 되었습니다. 안(기존 취업자)에 있는 사람들의 철밥통을 두껍게 보호할수록 밖(청년 구직자)에 있는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갈 기회는 줄어듭니다.

유연성이 결여된 노동 시장은 고용의 미스매치를 낳습니다. 청년들은 자신의 역량을 빠르게 증명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이동하고 싶어 하지만, 시장은 이들을 수용할 탄력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혁신을 가로막는 신산업 규제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빌리티, 원격 의료, 핀테크 등 청년들이 뛰어들어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은 기득권의 반발과 거미줄 같은 규제에 막혀 성장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 한파는 AI라는 기술적 충격과 경직된 노동 규제라는 제도적 후진성이 만나 폭발한 비극입니다. 청년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진짜 주범은 AI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춰 시장의 룰을 바꾸지 못하는 낡은 규제와 노동 시장의 경직성입니다.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주는 위로금 몇 푼이 아닙니다. 기업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청년들을 채용해 볼 수 있도록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혁신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시장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일이 필요합니다.

역동성을 잃은 시장에서 청년의 설 자리는 없습니다. 시장의 자유와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곧 2030 세대의 미래를 되찾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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