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경제 선진화의 의미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 수많은 사람이 조국 근대화와 선진화를 외쳤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인식이 남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 권으로 소규모가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도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세계 상위권에 있다. 고도성장기에 우리는 경제 규모가 크고 앞서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들의 제도와 기술을 벤치마킹하여 미래를 대비할 수 있었다. 그것이 선진화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과거 우리가 교통망이 발달 돼 있지 않아 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할 때, 이미 다른 나라에는 고속도로가 있었다. 이 국가들은 도시를 연결해 메가폴리스(Megalopolis)를 구축하고 있었다. 우리의 문제는 교통망이었고, 미래는 메가폴리스의 건설이었다. 지금 우리는 정교한 교통망으로 연결된 메가폴리스를 가지고 있고, 그들과는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과거 문제가 생기면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은 일이 우선이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 때, 반도체가 유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우리나라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가졌다.

반도체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반도체가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산업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는 이때 시작했다. 경제 선진화의 의미는 우리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경제 선진화의 방해물

우리는 과거 선진국을 따라 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다른 나라의 해법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러한 경향이 경제 선진화의 최대 방해물이 됐다.

선진국의 모임이라는 OECD에 가입하고, OECD 국가들의 경제 개방화를 따라가다가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막연히 OECD 평균을 따라가는 숫자놀음을 하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의 정책이 우리의 경제시스템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검증하는 일을 게을리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외국 모방이 선진화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발생한 정책 실패 사례다.

국민연금제도는 꿈의 정책이었다. 노후 빈곤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노후를 풍요롭게 산다는 정책 목표는 매력적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적 연금제도는 제도의 지속성과 합리성, 참여 유인 등을 갖춰야 한다. 제도를 만들면서 종합적인 고려를 하지 못하고 OECD 평균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경제 선진화의 방해물이다.


경제 선진화의 방향

선진화는 우리의 문제를 깊게 이해하고 합리적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문제, 저성장의 문제, 산업구조의 변화와 정치적 저항 등 다양한 우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선의 대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이 선진화다. 인류의 지혜를 모아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헤쳐 나가는 것이 선진화인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경제성장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명목으로 급조된 정책이 지난 30년의 생산성 하락을 주도했다.

노사정 체제는 노동시장의 정치화를 통해 서서히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저해했다.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성장 동력은 상실되고 금융기관은 가계 중심의 수동적 영업을 주도했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잠시 반사적 이익을 얻었으나, 정치는 인기영합주의에 의해 장악됐고, 산업 경쟁력은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

대학의 혁신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고,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탈출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강화하고 투자 환경은 악화했다. 인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정책으로 저성장의 늪은 더 깊어졌다. 이제 생존이 선진화의 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정책의 실패를 걷어내는 것이 경제 선진화의 시작이다.


경제 선진화의 길

경제 선진화의 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과거 고도성장이 선진화의 길이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풍요로운 사회가 선진화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풍요로운 사회를 누리는 것이 선진화의 길이다.

유럽은 복지라는 미명에 빠져 풍요를 잃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나라들도 풍요를 얻을 수 없다. 끊임없이 혁신해야 쇠락하지 않고 풍요를 유지할 수 있다. 경제 선진화의 길은 자기 혁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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