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대한민국이 지난 60여 년간 이룬 경제적 성과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살펴보면, 1960년에는 158달러로 110개국 중 72위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33,121달러로 195개국 중 41위에 올랐다. 자원 부국인 산유국을 제외할 경우 30위권에 해당해, 경제적으로는 분명히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행복감(happiness)은 경제 수준의 세계 순위와 큰 차이를 보인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네트워크(SDSN) 등 세 기관이 공동 발표한 『2025년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 순위는 147개국 중 58위로, 경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행복을 구성하는 세부 지표를 보면 현재 한국의 상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인당 GDP는 26위, 기대수명은 4위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부패에 대한 인식은 56위, 관대함은 82위, 사회적 지원은 84위이며, 특히 삶의 선택의 자유는 101위로 크게 뒤처져 있다.

이러한 결과는 행복감 상위 국가들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핀란드는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덴마크(2위), 아이슬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사람들 간의 신뢰 수준이 높고, 사회적 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며, 공동체 문화가 뿌리내려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는 한국이 앞으로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암시해 준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은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표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IMD가 평가한 종합 순위에서 한국은 67개국 중 27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세부 항목을 보면, 경제성과는 11위, 인프라는 21위로 우수한 반면, 정부 효율성은 31위, 기업 효율성은 44위로 다소 낮게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프라 항목 중 과학 인프라는 2위로 가장 높지만, 정부 효율성 중 기업 여건은 50위로 가장 낮고, 기업 효율성에서는 경영 관행이 55위로 가장 뒤처져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경제성과 인프라 같은 물질적 지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신뢰, 행정과 기업의 운영 효율성 등 질적 요소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지표를 넘어서, 신뢰·자유·공동체성과 같은 비물질적 가치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에 걸맞은 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하다. 경제성과나 과학 인프라 등 물적 지표의 성과는 분명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질적 요소는 국가 차원의 제도(institution)를 의미하며, 대런 아세모글루(D.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 Robinson)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주장한 '포용적 제도'의 중요성과 연결된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제도가 더욱 포용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용적 제도를 정착시키고,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사회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빠르게 진행 중인 저출산·고령화 문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기업·정부 부채,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은 사회보장정책과 연금의 지속가능성,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혁신지표는 높지만 산업화 정도는 매우 낮은 혁신생태계, 과도한 대외 의존형 경제성장 전략, 정부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등이 효과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물질적·정신적 유연성(flexibility)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사고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며, 다른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수준의 제도적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서비스 부문을 산업으로 바라보아 성장동력화 방안 강구, 글로벌 기준에 맞춘 규제개혁, 세계적으로 높은 고용경직성에서 더 나아가 고용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유연안전성(flexsecurity)로 전환, 그리고 기존의 포지티브 정책 방식에서 벗어나 네거티브 정책 체계를 도입해 신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기술·산업에 주도권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 시대에 우리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는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기존산업의 성장동력 약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서비스산업 국제경쟁력 강화에서 더 나아가 신성장동력 산업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디지털·에너지 전환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선도적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대응책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할 수 있고, 미래세대가 명실상부한 선진국 수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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