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지암선진화아카데미 사회명사와의 대화, 2014.08.07.]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하였다. 역사는 시작과 결말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역사를 통해서 미래를 향한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역사는 ‘오래된 미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또 한편 글로벌 시대에 우리 것을 필히 알아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역사 속에 인간이 걸어온 과정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 자긍심을 가질 때 미래의 희망을 열어 갈 수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내재해 있는 이러한 정신적 가치를 분석하여, 미래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식과 지향점을 논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의 창조적 역사 발전은 소통과 화합의 인문 정신을 기본으로 하며 조화를 이루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의 정신을 실천한 대표적 인물로는 신라시대 선덕여왕을 들 수 있다.

632년에 즉위한 선덕여왕은 정확한 시대적 통찰력을 가지고 통일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김춘추(604~661), 김유신(595~673)을 앞세워 화랑도를 중심으로 통일의 역군을 양성하고, 유연한 외교력을 발휘하여 통일을 위한 기반을 하나하나 갖추어 나갔다.

또 어떤 무기보다 무서운 것은 분열이라는 철저한 인식 아래, 통일을 위해서는 신라 내부의 단결과 민생 안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양 최초의 천문 관측대인 첨성대를 건립하였다. 첨성대는 뛰어난 과학문화유산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선덕여왕이 백성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탄생시킨 민생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더 가치가 크다.

이는 과학적 창의성도 인문주의 정신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한 정신문화유산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편 신라를 향해 쳐들어오는 9적을 제압한다는 의지로 황룡사에 거대한 9층 목탑(80m)을 세워 국가의 정체성과 국방·안보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둘째, 한국의 정신문화는 인간주의 정신으로 희망의 세계를 제시해 왔다. 한국의 역사에서 주로 이념 축으로 작용해 왔던 유교는 인간 중심을 표방하고 있는 사상이다.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은 조선이 지향하고 있던 인간주의적 이상을 실제 정책에 성공적으로 구현하여 한국 역사상 최고의 리더로 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리더의 표상이다.

그의 인간주의 정신은 수많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발명품은 한글이다.

한글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과학적 문화유산이 탄생하게 된 것은 백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정한 사랑 때문이었다. 세종은 약자를 배려하는 정신으로 노비 출산휴가, 양로연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시행하였다.


[ⓒ 한국선진화포럼 문화현장 학술토론회_소수서원, 2014.06.21.]


셋째는 자연과 인간의 소통과 조화의 지혜이다. 16세기에 살았던 신사임당은 그림, 글씨, 학문, 바느질, 자수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고, 현재까지도 몇몇 예술 작품들이 남아 있다. 그림 하나를 통해서도 세밀한 관찰을 토대로 자연을 묘사하고, 자연을 통해 생명 존중의 가치관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우리는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거나 정원을 꾸밀 때에도 반드시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하였다. 과도한 인공 조경을 피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해석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자연과 하나 되는 일치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교육 유산의 위대한 창조이고, 서원에 가 보면 입구에서부터 소나무, 은행나무 등의 고목들과 어우러진 강학당, 사당의 위용을 보면 저절로 우주·자연의 질서의 미덕과 순리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인성 교육인 것이다. 이러한 진정성의 소중한 의미로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운동에 열정을 모은 결과,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올렸다.

넷째로 나눔과 베풂, 배려의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실천해 왔다. 조선 후기 제주 여성 만덕의 일생은 나누고 배려하는 삶의 대표적 표상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정조 20년 기사에는 제주 기생 만덕이 재물을 풀어 수천 명의 굶주리는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였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이렇게 만덕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선행으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여성의 몸으로 힘들게 모은 재산이었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하려는 만덕의 베풂, 경주 최부잣집의 나눔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섯째, 충효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애국심도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가장 소중한 정신유산이다. 임진왜란 때 목숨을 바쳐 지켜냈던 이순신 장군의 투혼 등 국난 때마다 나라를 지키고 시련을 극복했던 선조들의 열정, 일제 시기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온몸을 바친 애국선열들의 희생을 우리는 길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소중한 역사와 문화가 있어도 나라가 없으면 지켜낼 도리가 없다. 나라 있음에 생명도, 문화도, 역사도, 민족도, 평화도 지킬 수 있다. 내 나라의 소중함을 알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뛸 때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인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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