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지암선진화아카데미 사회명사와의 대화, 2013.08.02.] 선진화포럼!
오늘, 이 포럼은 숨어서 차분히 대한민국의 발전과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일로 실로 바쁘다. 남들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경험과 이론에 밝은 분들이 모여 선진화포럼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나아갈 길을 찾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귀중한 한국선진화포럼은 어떻게 출발했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옛이야기를 더듬어 회고해 본다. 시작의 첫 테이프를 끊으려면 아무래도 지암 남덕우(芝巖 南悳祐)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선생은 정부에서 은퇴한 이후 조용히 하와이 호놀룰루 동서문화센터(East-West Center)에서 시간을 보내셨다. 숙소는 앰버서더 호텔이었다. 우리는 앰버서더 호텔을 “안 비싸다” 호텔이라고 불렀다. 장기 체류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소박한 호텔이라 절약하며 한두 달 머무는 데 무리가 없었다. 골프는 주로 퍼블릭 코스를 자주 찾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남덕우, 이승윤, 박성상, 강경식, 진념, 이봉서, 김윤형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이 그룹의 좌장은 동서문화센터 이사장으로 계셨던 조이제(趙利濟) 박사였다. 그를 중심으로 동아시아포럼(NEAFE)에서 세미나를 주관했다.
그때 우리들의 주된 관심은 앞으로 한국 미래의 먹거리로 무엇을 찾을 것인가였다. 2000년에 처음 거론된 것은 물류(物流, Logistics)였다. 당시 부산항은 세계 3위권의 컨테이너항으로 부상하며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인천공항이 개장하자마자 세계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리는 이런 저력을 발판으로 ‘물류’라는 과제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적합한지 여러 번 토론을 벌였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조언을 들었고 국내 전문 연구소도 동원되었다.
중국의 속마음을 알게 된 날
우리는 시찰단을 조직하여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벨기에 앤트워프, 중동의 두바이, 일본 요코하마 등을 둘러보았다. 공항으로는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물류 중심지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동북아 물류 중심이 미래의 먹거리로 적합할까라는 주제로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는 중국 학자도 참석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의 성장 스토리를 귀중하게 듣던 시기였다. 한국의 경제 발전과 동북아 경제 공동체도 꿈꾸며 많은 논의가 있었던 때였다.
하루는 남덕우 선생이 참여한 국제 세미나에서 한국이 물류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중국인 학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중국 학자는 즉답을 피하며 다음 날 답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의아했다.
다음 날, 중국인 학자는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며 “한국은 한국대로 물류 중심이 되고 중국은 중국대로 중심이 될 것”이라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도대체 중심이 어떻게 여러 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 답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중국인은 그 답을 하기 위해 밤에 본국에 훈령(訓令)을 받으려 국제통화를 했던 것이고, 본국에서 마련한 답을 우리에게 읽어 전한 것이었다.
우리는 놀랐다. 그는 외교관이 아니고 민간인 신분의 학자였다. 물론 하와이까지 왔으니 공산당원이기는 하겠지만, 학문적 문제의 답까지 본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한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의미를 몰랐던 미국
오늘날 중국의 발전은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다. 자유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공산당이 지도하는 자유기업이다. 아마 이런 이유로 미국은 그런 중국의 경제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1972년 닉슨이 기습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1979년 국교가 정상화된 그 신화, 키신저가 만든 그 신화가 상당 기간 미국을 꿈속에 헤매게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말했는데도 진정한 그 뜻을 몰랐다. “칼을 갈되 칼의 번쩍이는 빛을 감추라”는 뜻이다.
그런데 2001년 미국은 성급하게 중국을 세계자유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고 모든 혜택을 누리게 했다. 중국에 무슨 자유기업이 있었던가. 그들은 세계자유무역이라는 바다에서 마음껏 이득을 보도록 허용되었다. 30년이 지난 이제야 미국은 중국이 칼을 갈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부랴부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자유무역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남덕우 선생은 그때 이미 중국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귀국하여 ‘한국선진화포럼’을 만들어 우리 스스로 길을 찾자고 서두르게 된 것이다. 선생은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다. 이제 우리가 갈 길은 나라 전체를 선진화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 한국선진화포럼 지암선진화아카데미 사회명사와의 대화, 2015.02.03.] 선진화의 길: 개방과 혁신의 힘 선진화의 길은 틀림없이 옳다. 80년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였다. 정부에서 화장품 시장 개방을 선언하자, 전국의 화장품 업계가 일제히 국회로 몰려왔다. 당시 태평양화학 서성환 회장이 대표로 선두에 섰다. 필자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문 닫고 살면서 어떻게 무역 입국을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서 회장이 이렇게 답했다.
“의원님, 우리 산업계에 대해 캄캄하시군요. 우리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품목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갈치의 비늘로 만든 매니큐어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품목은 전멸합니다.”
그렇게 말했는데, 오늘날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은 세계를 누비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정상회담 후 대중문화를 개방한다고 공동 선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음반 제작회사 대표들이 찾아와 항의했다.
“이제 우리는 모두 문 닫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엔카(戀歌)가 홍수처럼 몰려오면 무슨 수로 막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K-컬처는 일본을 휩쓸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오죽하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드라마를 보는 자를 처벌하려 할까.
“선진화가 개방화이고 세계화”라고 남덕우 선생은 우리에게 가르쳤다. 그 길잡이를 위해 오늘도 한국선진화포럼은 우리 국민에게 조용히 타이르고 있다.
“한국인은 가두어 두면 안 된다. 자유롭게 놓아두면 세계를 지배한다.”
오늘날 AI가 전 세계의 화두가 되었다. 만약 지금의 규제를 풀고 우리 업계가 자유롭게 뛴다면,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