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5호] 정책과 전략을 보는 눈, 정치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안향아(한반도청년미래포럼 독일전담 매니저)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다양한 사회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관한 관심과 참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민주국가인 한국에서 이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이다. 

한 국가의 정치 참여 문화는 그 국가의 정치적 사고를 보여주며 이는 곧 정치 성숙도로 나타난다. 정치 참여는 한 개인의 정치 활동뿐 아니라 투표 참여, 정당 또는 시민사회단체 참여, 정치와 사회 이슈 관련 칼럼 작성과 의견 표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민의 정치 참여는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정치 성숙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시민들의 참여도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당의 이름 혹은 이념만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보다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역량이 점차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의 정치적 사고방식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일의 경우, 정치 문화와 시민의 정치 참여는 이념적 대립보다는 현실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추상적인 구호나 정파적 논리가 아닌,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초점을 두며 정당과 정치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인 정책 제안에 집중한다. 

2021년 독일 총선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변화가 크게 이목을 끌었던 독일 총선은 에너지 전환과 경제 회복 등이 주요 사회 이슈로 떠오르며 각 정당의 정책과 그 실행 능력이 요구되었다. 

특히 그해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고, 대응 방안이 주목받았다. 그 결과 녹색당은 역대 최대 득표수를 기록하며 지난 총선 대비 51석을 추가로 확보했다.

독일 녹생당의 총선 결과는 독일 국민이 사회적·국제적 현실 상황을 고려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국민이 단순히 정당의 색깔 또는 지지 성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독일의 이러한 정치적 사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정치 과목은 필수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등 기본적인 정치 개념과 현 정치 체계 전반에 대해 교육 받는다.

학생들은 각 정당의 노선과 목표, 정책 제안을 스스로 조사하고 토론하며 발표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주요 이슈와 각 정당의 해결 전략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정치적 선택은 감정이나 선입견이 아닌 구체적인 정보와 현실 문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의 이러한 교육 환경은 시민들이 성인이 되어 정치에 참여할 때도 자기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사회 문제와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독일 유권자들이 정책의 구체성과 실행 전략을 따져보는 습관은 학교 교육과 사회문화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한국의 경우, 독일에 비해 사회적 이슈와 정책 등을 습득할 환경이 부족한 현실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치 과목은 대체로 시험 준비용으로 단순 암기에 머무르기 때문에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 과정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기에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사고를 제한하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불신으로 이어진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책과 이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성숙한 정치적 사고가 요구된다. 한국의 성숙한 정치적 사고 발전을 위해 정당의 이름과 이념, 추상적인 구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책, 즉 그 내용과 구체적인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책 내용과 현실을 비교하며 해당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독일 사례처럼 정책과 전략을 중심에 둔 정치적 사고가 확산될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한층 더 견고해질 수 있다. 감정이나 관습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 맞는 실용적인 정책에 대해 질문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에 성숙한 정치적 사고가 자리 잡고 더욱더 건강한 정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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