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호] 대통령제 개편과 ‘정치의 복원’
이진우(한반도청년미래포럼 국제지부 대표)

짧지만 치열했던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이번 선거에서 다양한 정책 이슈가 오갔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쟁점 중 하나는 ‘대통령제 개편’이었다.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과 30여 명에 이르는 고위 공직자의 줄탄핵 사례, 반복되는 정치적 교착 상태는 1987년 체제가 더 이상 변화한 정치‧사회 구조를 효과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소와 권력 분산형 제도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모두 대통령의 4년 중임제 혹은 연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약속했고, 김문수 후보는 4년 중임제, 이준석 후보는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다. 여론 또한 이와 같은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5년 3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중임제 도입에 찬성했다. 이는 ‘제7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반영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임기 조정만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진정한 권력 분산과 견제‧균형의 실현을 위해서는 입법부의 독립성 강화, 인사권에 대한 실질적 견제 장치 도입 등 헌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와 진정한 ‘정치’의 복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통령제는 참고할 만한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삼권분립의 실효성이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간 권한이 제도적으로 명확히 분리되어 있고, 상호 견제가 실제로 기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없으며, 입법은 전적으로 의회의 권한이다.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의회는 재의결(양원 각각 3분의 2 찬성)을 통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예컨대, 트럼프 행정부 말기인 2021년 1월 1일,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연방 상원은 국방예산법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압도적으로 기각했다. 이는 여당조차도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삼권분립이 제도뿐 아니라 실제 정치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헌법상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거부권도 국회가 재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로 무력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국회에 의해 무력화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견제 기능이 약하고,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국회 다수당인 경우, 입법 권한조차 행정부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행정부가 주도한 법안이 여당을 통해 신속하게 통과되면서, 입법부의 독립성과 정책 심사 기능은 약화되고, '대통령실-여당-정부'로 이어지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국회의 입법권이 대통령의 정치적 아젠다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헌법상 삼권분립이 실제 권력 균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다.

둘째, 인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의 차이도 크다. 미국에서는 장관, 대사, 대법관 등 주요 인사는 반드시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정당 간 협상과 절충을 바탕으로 작동하게 하는 강력한 장치다. 실제로 상원이 인준을 거부해 대통령의 인사 제안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양당 간의 절충과 타협을 통해 인준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 계획을 청문회에서 밝히며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갈등을 겪었고, 특히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우려로 인준이 지연되었으나, 민주당과 공화당 간 협상이 진행된 끝에 당시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의 찬성표를 얻어 결국 인준을 통과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인준 과정에서 첨예한 정책 대립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정당 간 견제와 협치가 복잡하게 얽히면서도 타협을 통해 인사권이 조율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광범위한 고위직 인사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등 일부 직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사는 대통령의 독자적 재량으로 임명권이 강행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은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절차를 거쳐 임명할 수 있기에, 인사청문회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실질적인 견제 장치로 기능하지 못한다.
또한, 청문회 자체에서 여야 간 절충이나 타협의 과정이 거의 없고, 미래 정책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국회의 대통령 인사권 견제에 대한 무용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대통령제와 정치제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국가 안보 및 중대한 국익 사안에 대한 신속하고 초당적인 협력 구조다. 비록 정당 간 대립은 치열하지만, 정치문화와 리더들의 국익 우선 의식이 협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특히 지난 틱톡 금지법의 통과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2024년 당시)의 공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지도부의 전격적인 합의 하에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이는 국익을 중심으로 정치적 계산을 넘어선 협력이 실제로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한국 정치에서는 극단적 진영 논리와 정권에 따른 급격한 정책 전환, 일방적인 국정 및 의회 운영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정치의 복원’이다. 즉, 정당 간의 이견과 대립을 전제로 하되, 그것을 제도적으로 조정하고 실질적 타협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의 설계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정치문화의 회복이 필요하다. 협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결론적으로, 정치 시스템 개혁은 대통령 임기의 조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입법부의 실질적 독립성 강화, △인사권에 대한 견제 구조 확보, △초당적 협치를 유도하는 제도 설계 및 문화 복원 등 종합적인 헌정 구조의 재편이다. 그리고 이 제도적 개혁 위에 정당 간 대립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정치의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야 간 견해 차는 민주주의의 본질이지만, 그것이 마비와 무능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정치’가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와 문화가 동시에 회복되어야 한다.
‘제7공화국’이라는 수사는 새롭지만, 그 내용이 과거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헌법 조항 몇 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권력 분산과 실질적 견제‧균형을 구현하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과제를 실행에 옮길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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