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호] 한국 국회, 지금 필요한 건 시스템 개혁이다
이진우(한반도청년미래포럼 국제지부 대표)

작년 OECD의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20.56%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28위에 불과했다.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소모적인 정쟁이 반복된 결과다. 그 여파로 국회의 핵심 기능인 입법은 물론, 민생 법안 처리나 의회 외교 같은 부가 기능들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을수록, 국회 본연의 입법 및 감사 기능을 내실화하고, 정책 대응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의회 운영 시스템 측면에서보다 구조적인 개편이 논의될 시점이다.
필자는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 양쪽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의회에서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제도적 특징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한국 현실에 맞는 ‘선택적 차용’을 통해 국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보좌진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필요하다. 보좌진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과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한국 국회의원실은 보좌진 9명 체제로, 대부분이 수행, 공보, 정책, 전략 등 모든 업무를 경계 없이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반면 미국 의회는 하원의 경우 10-15명, 상원의 경우 30~40명 수준의 보좌진을 할당되는 예산에 따라 의원실이 자체적으로 구성하며, 이들 대부분이 의원과 지역구의 관심사에 따라 외교, 국방, 경제와 같은 특정 정책이나, 공보와 같은 전문 분야로 나뉜다.
또한, 미국 의회에는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에도 각 당 소속의 전문 보좌진(스태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상원 외교위원회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각각 보좌진이 존재하며,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와 같은 각 소위원회에도 마찬가지로 보좌진이 따로 존재한다.
이들을 통해 세부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지속성이 유지된다. 이에 반해 한국 국회의 상임위 전문위원들은 입법고시 출신 공직자나 각 당에서 파견된 인력이 다수를 이루며, 주기적인 인사이동(로테이션)으로 인해 축적된 전문성을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비록 양국 간 제도적·재정적 여건이 다르지만, 한국 국회 또한 의원실과 상임위 내 보좌진의 전문화·세분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둘째, 국회 인턴십 프로그램의 세분화 및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국회는 의원실 당 1명의 인턴을 둘 수 있으며, 유·무급 입법보조원이나 명예 보좌관 형태로 대학생 인턴을 일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턴십은 일회성, 비 공식성, 그리고 낮은 실무 참여 수준으로 인해 청년 정치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
미국 의회의 경우 기본적인 업무들은 같이 진행하지만, 입법, 공보 등 분야별 인턴십을 분화하여 세부 역할을 부여하고, 정책 조사(입법), 보도자료 작성(공보) 등 업무분장을 통해 실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각 상임위와 정책 코커스(caucus) 단위에서도 인턴을 운영해 특정 이슈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커리어 개발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국회도 인턴십을 구조화된 분야별 실무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청년 정치 인재의 저변을 넓히고, 의정활동의 미래 인재 풀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한국 국회의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입법 및 감사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미국 의회의 전략태세검토위, 국방전략검토위와 같은 초당적 기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하원 군사위 소관의 전략태세검토위원회(CCSP)는 초당적 기구로서, 미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구성되어 미국의 장기적인 국가 안보 전략을 검토하고 의회에 권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관의 국방전략검토위원회(NDSC) 역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며, 국방정책에 대한 의회의 독립적 분석 역량을 높이고 있다. 한국 국회도 현재 의장 직속 의회외교자문위원회를 확대·발전시켜 초당적 외교안보 전략검토 기구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의회 외교의 지나친 정쟁화를 방지하고, 국회 내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전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물론, 미국 의회는 연방제의 산물이며, 보좌진 지원 예산 및 의회 정치의 역사에서 한국과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따라서 미국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의정활동의 실질적 수행 주체인 보좌진의 역량 강화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인턴십의 구조적 확대는 한국 국회가 지향해야 할 개혁 방향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외교·안보 분야의 입법 및 감사 기능 강화는 한국 국회의 중장기 전략 역량을 높이고, 국가적 컨센서스 형성을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진단과 개혁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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