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 포커스 제340호>

한국경제 진단

이승호(한국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센터장)

   

내년도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미만으로 전망되며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년중 2.7%에서 내년중 1.8% 내외로 하락이 예상된다(한국은행, OECD 등).

내년중 경제성장률 하락은 고물가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따른 소비 및 투자 둔화,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부진 등에 주로 기인한다.

금년중 증가세를 유지하던 수출이 글로벌 경기가 둔화로 위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부진 지속, 대중국 수출둔화 등으로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며, 수입은 높은 에너지가격 영향으로 증가하여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업률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내 물가는 당분간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당분간 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인플레이션도 4% 내외 수준이 지속되어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높은 수준의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상당기간 지속되고, 원화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 최근 원화환율의 하락에도 불가하고 환율상승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물가에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물가상승 압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불확실성은 내년중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미연준의 통화정책 급변, 미중 무역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대외요인에 더 크게 기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외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이후 미연준이 제로정책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며 원자재 등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초래하기도 하였으나 금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초긴축 정책으로 급선회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이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미연준과의 통화정책 공조에 나서면서 대내외 금리의 상승세가 진행 중이다. 또한, 미달러화의 초강세로 주요국 통화가 동반 약세를 시현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연준의 정책금리 인상폭이 그동안의 75bp 인상에서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원화환율이 1,300원 내외로 하락하였다.

최근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9월 FOMC 조사에서는 내년중 미 정책금리가 최대 5%선 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다만, 미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및 폭은 향후 미국 물가나 경기상황 및 고용지표 등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선진국 경기회복세 둔화, 세계교역 둔화,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 등 대외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금리 및 시장금리의 상승세가 내년 적어도 초반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물가상승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 또한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곡물 및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 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핵심 광물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금리 상승세로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했다. 대내외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기인한 국내 금리상승으로 국내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코로나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였으며 이후에도 대체로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년 3/4분기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870조원에 달하여 금리 1% 상승시 가계의 이자비용만 10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시스템리스크에 관한 서베이’ 결과에서도 가계부채 상환부담 위험(69.4%)이 기업의 자금조달 악화(62.5%) 보다 금융안정에 더 위험한 요인으로 조사되었다.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와 비용 상승으로 부실화위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국내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위험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용스프레드(신용채권금리-국고채금리)가 장기평균이나 코로나위기 발생직후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대내외 금리의 상승으로 국내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전반적으로 고조된 데 기인한다.

특히 최근 적자규모가 늘어난 한전 등 일부 우량기관을 중심으로 특수채와 은행채의 발행 물량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급감하고 자금조달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내년중 국내 소비 및 수출 둔화가 가속화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하락세의 영향으로 부동산 PF 관련 ABCP 보증에 따른 손실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저축은행들도 최근 예금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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