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론도 모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제114차 월례토론회 :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평가와 전망
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조교 권순형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 상당히 많은 새로운 정책들이 입안되고 도입되었습니다. 이에 한국선진화포럼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제114차 월례토론회를 개최하고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가능성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반하는 사회주의 철학에 가깝다"면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예산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어놓는 위험한 요소들이 많다"며 "현 정부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입문서인 '맨큐의 경제학' 등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워야 하며, 시장기능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실업률을 증가하고, 비숙련 근로자들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시장은 악마', '정부는 천사' 프레임에서 벗어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론자인 조동근 교수는 "최저임금인상의 인식오류는 2가지다. 취약계층을 지원해 빈곤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것이란 기대와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라며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대·중소기업간 임금소득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고 생산성 낮은 근로자를 실직으로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시장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과거 남미에서 유행한 좌파 포퓰리즘적 정책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포퓰리스트 정권들은 경제 원리를 무시한 정책을 펼쳐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입혀 '위기'를 발생시켰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이 '담론적 성격'으로 이해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가 정책 전반을 바꿀 정도로 확고한 논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며 "이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격차를 줄이려면 정규직 임금도 동결 내지 인하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해 기업의 추가고용여력을 확보하고, 임금격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저임금 고용에 대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며, 공공일자리 증대 정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데 이러한 인상이 민간고용을 줄이면서 공공일자리 증가의 효과를 상쇄해 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그림이 부족하다"고 전체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 전 원장이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주의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듣기에는 달콤한 말이지만 결국 국가가 경제적 자유를 파괴하고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으로 사회주의 철학에 가깝습니다.
경제적 자유란 경제생활에서 각 개인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하여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 소비자의 자유와 생산자의 자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난 백 여 년간 세계 역사는 경제적 자유를 보장한 국가들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실패했음을 경험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는 크게 번영했고 소련과 같은 나라는 멸망하여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화, 통신비 인하, 탈원전 정책, 부동산시장 가격억제, 복지지출 대폭증대 등의 반시장적 정책은 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 자유롭게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므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은 급격한 실업 사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한 한계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취업자수 증가는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자마자 8월에 4년 6개월 만의 최저치인 22만 여 명을 기록하며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카페,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점포 매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3조 원의 재원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정부 스스로가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경제가 스스로는 제대로 순환하지 못함을 인정한 꼴입니다.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장가격은 시장에서 모든 정보가 반영되고 수요와 공급이 만나 합의된 가격입니다. 이는 경제주체들에게 시그널로 작용합니다. 만약 공급자들이 시장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면 생산을 더 많이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가격은 내려가고 생산량은 많아지면서 경제적 효율성이 달성됩니다. 이는 최적의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통신비 인하, 전월세 가격 통제와 같은 정책은 경제적 효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통신 분야의 기술개발이 늦어지고 주거지역의 낙후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정부의 시장개입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경제정책을 세운 것은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해석됩니다. 그러나 권력을 잡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잡는 행위를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경제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여 재수립될 필요합니다.
우선 최저임금인상은 완만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노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완만하게 인상될 때만이 부작용인 실업이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최저임금 16.4% 인상은 과도한 것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10년 간 연 7%에 가까운 높은 최저임금인상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장가격에 대한 개입은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정부는 기업들이 원가에 비해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시장가격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원가라는 개념은 물적 비용만 계산한 것으로, 초기의 막대한 투자비용이나 혁신 등의 지식정보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불완전한 개념입니다. 원가는 경제학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개념입니다.
혹여 원가를 상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가에 비해 높은 시장가격은 기업가의 혁신적 사고의 결과물이자 리스크 테이킹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가에 비해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기업가들이 혁신을 하기 위해 밤낮을 고민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발명한 아이폰은 원가에 비해 매우 비싸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 세상을 더욱 편리하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식인들의 용기있는 날카로운 비판이 필요합니다. 최근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기 부담스러워서인지 경제학적 근거가 빈약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지식인들이 별로 없습니다.
고소득자와 기업에 세금을 더 매겨서 분배를 더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 라가르드 IMF 총재가 그러한 정책은 공급 혁신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비판한 바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별 이해관계가 없는 국제기구의 수장까지 비판을 하고 있는데 국내 지식인들이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한 번 시행되면 10년, 100년 동안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책을 시행하기 앞서 충분한 숙고가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다양한 분석과 치열한 토의를 통해 더 나은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