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Q 지금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이념 갈등이 극심한데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입니까?

 

A 진보와 보수처럼 모호한 의미로 쓰이는 단어도 드물 것입니다. 원래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은 서양 정치 담론에서 나온 말인데, 서양에서 우리가 말하는 진보는 자유주의(Liberalism)에 해당하며, 진보(Progressive) 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드뭅니다.

 

진보주의는 어떠한 이념에 입각하여 급격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주장하는 반면, 보수주의는 전통을 지혜의 원천으로 생각하여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와 관행을 존중하고 급진적 변화보다 점진적 변화를 선호합니다.

 

유석춘 교수(연세대)는 진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진보라는 용어는 좌파 운동권이 현실의 변화에 적응하며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중성 확보를 위해 내세운 개념이다. 이들은 초기에 ‘계급투쟁’(PD) 혹은 ‘민족해방’(NL)과 같은 폭력적 혁명노선을 추구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수용하는 좀더 온건한 노선의 ‘사회 민주주의 모델’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투쟁의 방법이 온건해졌다고 해서 진보가 좌파적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분배ㆍ인권ㆍ평등과 같은 가치를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한국 진보주의의 특징은 경제면에 있어서는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고 빈부, 지역 격차를 중시하며 평준화를 지향합니다. 또 국제화, 세계화를 폄하하고 반미 성향을 보이며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지향하는 동시에 노조 등 시민단체의 역할을 중시합니다.

 

정치면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나 북한 독재체제와 인권 유린에는 관용적이고 대남 무력 도발이 있을 때마다 북한을 변호하는 이중 잣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부정부패 청산을 요구하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지배세력의 교체를 주장합니다.

 

아울러 시민 혁명을 위해 의회주의, 법치주의에 도전하여 합법, 불법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치활동에 인터넷 및 정보 매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및 국가이념을 무시하거나 경시합니다.

 

한편 한국의 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신봉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권과 동포를 구별하여 정권에 대하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동포에 대하여는 구호의 손길을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대하여는 당시 국가가 직면한 각박한 현실에 비추어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등 독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룩한 산업화 성공의 신화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은 통신, 교통의 기술 혁명이 가져온 국제화, 세계화가 역사적 조류인 만큼 그에 적응하는 것이 국익입니다. 법치주의가 엄격해야 하고 소득 재분배와 부정부패 척결을 중시하나 이를 위해 합법 또는 불법투쟁에 의한 시민 혁명으로 지배세력을 교체해야 시정될 수 있다는 진보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합니다.

 

21세기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이념과 배치되는 발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수는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잡한 지적 시련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단순한 흑백 논리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어 진보 성향을 가진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정치면에서도 보수는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진보이고 자본주의는 보수라고 보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난 질의응답에서 말한 바와 같이 유럽의 사회주의 주요 정당(프랑스의 사회당, 독일의 사회민주당, 영국의 노동당, 네덜란드의 노동당) 가운데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를 민주와 진보라고 보는 나라도 없습니다.

 

한편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중에서 사유재산과 기업 활동에 규제를 가하지 않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요컨대 지구상에는 순수한 사회주의도 없고 순수한 자본주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양자의 개념적 특성이 혼합된 체제(Mixed System)가 있을 뿐인데 어떠한 경우에도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문제를 논할 경우, 보수와 진보라는 말 대신에 좌파와 우파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의 세계적 재정ㆍ금융 위기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우리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경험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지금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이태리) 등이 심각한 부채 위기(debt crisis)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본주의 내지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 풍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대신할 만한 대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Lester c, Thurow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자본주의를 매우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외에는 선택지(選擇肢)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2006년 Peter Barnes가 <자본주의 3.0>이라는 책을 냈고, 작년에 영국의 Kaletsky는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일보가 8월 2일부터 <자본주의 4.0> 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Kaletsky에 따르면 자본주의 1.0은 Adam Smith의 고전적 자유방임주의(1776~1930)이고, 자본주의 2.0은 Keyens의 수정자본주의(1930s~1970s)입니다. 자본주의 3.0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의 자유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영국의 대처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1980년대 부터 약 20년간)입니다.

 

그런데 세계적 재정-금융 위기를 가져 온 오늘의 자본주의(2007~2010)는 자연을 파괴하고 부와 소득의 불균등을 확대하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시장기능과 정부간의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고 자본주의의 폐단을 제거하는 현 단계가 ‘자본주의 4.0’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세계 재정-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사장경제 자체에 있다고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경제를 잘못 운용한 데에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 입니다. 우리는 자동차의 메커니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잘못 운전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면 고장이 나거나 사고를 냅니다. 그런데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생산 수단의 사유, 이윤을 위한 생산과 경쟁, 이윤, 임금, 지대(地代)로 대별되는 소득 분배 형태를 구성 요소로 합니다. 이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은 정부의 관리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정부의 시장경제 관리방식에서 잘못된 예는 지금의 세계적 국가부채 위기(sovereign debt crisis)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돈은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인들은 투표권자의 인기를 얻기 위해 사회보장 지출 확대를 쉽게 공약합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비용 조달을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세출을 삭감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결국 가장 안이한 방법으로 국채를 발행하여 국내외 은행들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 채무가 GDP의 100% 내외인 나라가 많아졌고 일본의 경우 200%까지 상승했습니다. 국가채무가 어느 정도 이상 누적되면 더 이상 적자 재정에 의한 상환이 어렵게 되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시장에서 매매되는 국채의 시장 가치가 떨어집니다.

 

결국 국채를 보유한 내외의 금융기관들은 대량의 부실채권을 안게 됩니다. 그래서 재정 위기가 금융 위기로 번지게 되고, 실물 경제(투자, 소비, 수출)도 위축되어 경제 불황이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세계경제위기를 ‘국가부채위기’(Sovereign Debt Crisis)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정치가 만들어 낸 것이고 시장경제는 정부 관리방식에 따라 작동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시장 실패’를 강조하지만 ‘정부 실패’가 더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Q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약 200%인데도 금융위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A 일본에는 네 가지 특수한 사정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①아직 국민의 세금부담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고 ②경상흑자국이고 ③세계 최대의 대외 순 채권 보유국이고 ④국가 채무의 95%는 자국 국민에 대한 채무이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도 일본 국채를 가진 외국인 또는 금융기관은 별로 걱정하지 않고 다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인구의 노령화로 사회보장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니 국가 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일본 국내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물품 세율을 현재의 5%에서 점진적으로 10%까지 인상하자고 간 나오토 전 총리가 제안했지만 일본의 정치권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2011년 3월 말 현재 약 9.6조 달러의 국채 잔액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4.4조 달러(46%)는 해외 투자가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Q 그러나 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Marxist들이 있지 않습니까?

 

A 시장경제의 자유와 효율보다 사회주의의 분배를 중요시하는 Marxist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2009년 12월,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자본주의의 미래’ 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일이 있는데 이 회의에서 사회주의노동당 중앙위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 (Alex Callinicos)가 한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본질을 착취와 경쟁으로 파악하고, 사욕(私慾) 만이 모든 진보와 발명의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에는 동의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에는 호기심, 이타심, 창조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장경제의 채찍과 당근이 없으면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다”고 극언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에는 엄청난 곡해(曲解)입니다. 그가 말한 대로,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측면이 있고 노력의 동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물적 생산이 인간 생활의 기초 조건이고 물적 생산에는 자원이 필요한데 자원의 양(量)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언제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산의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 사회의 숙명입니다.

 

그리고 계획적 통제경제가 아니라 자유경제 체제 하에서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욕구와 동기를 추구하고 경쟁이 그 촉진제가 되어 왔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입니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착취’를 방치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소득 분배의 양극화가 있기는 하나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지 않습니다. 만약 캘리니코스의 말이 옳다고 하면 미국이나 일본은 무자비한 착취의 도가니 속에서 오래 전에 망했어야 할 일입니다.

 

Q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부자들이 수입된 명품을 사재기 하는가 하면 서울역에는 많은 노숙자들이 웅크리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시민들의 반 기업 정서, 정부 불신, 자본주의 불신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앞에서 여러 번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빵과 자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유는 책임과 의무, 자제를 요구합니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미덕을 위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사는 것을 누구도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자유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가 높은 세금을 내고 사도록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서울역에 모여 있는 노숙자 또한 그들 자신의 문제이자 정부의 문제입니다. 먼저 정부의 문제부터 말한다면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어찌하여 노숙자가 항상 있도록 방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회보장의 효과가 그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사회보장 제도의 전달 체계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 됩니다.

 

다음은 노숙자 자신의 문제입니다. 만약 그들이 노력해서 자활의 길을 찾으려 해도 그러한 길이 전혀 없다면 정부의 구호를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4조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노숙자중에는 자활의 노력이나 집단수용소에 들어가 편한 잠자리를 구하는 것보다 노숙을 하는 편이 보다 자유롭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노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도 역사에 노숙자가 모여있는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현상들이 대기업이나 자본주의 탓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A. Marshall이 가르친 바와 같이 우리는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가지고 우리 사회 문제를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세계적으로 군중 데모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반대 운동이 아닙니까?

 

A 월가의 시위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 민주정치에 대한 환멸이 원인’이라는 New York Times의 보도에 나는 공감합니다. 수일 전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케이진 교수(조지타운 대학)도 “시위대의 분노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정치권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부실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세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금융기관을 그대로 둔 채 소득 불평등 확대, 높은 실업률, 복지지출 감축 등 경제적인 요인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분노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군중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부자와 빈자 사이의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좌절감에서 자본주의 자체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현재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경제 시스템은 없으며, 따라서 젊은이들의 시위를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케이진 교수는 말합니다.

 

비단 미국의 월가(Wall Street)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군중 데모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런던이나 아테네에서는 폭동까지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인도와 이스라엘에서도 데모가 확대되는데 그들의 저변에는 정치와 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또 선거와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을 선출했는데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부정부패만이 판을 치고 있다”라는 것이 데모에 참가한 어느 인도인의 말입니다.

 

한편 옛날과 달리 오늘의 반정부 시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들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고 있으며, 이들은 전통적 엘리트 집단과 제도에 대해 부정적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는 Twitter, Facebook 등 SNS를 활용하여 생각과 뜻을 같이하는 불특정 다수인을 순식간에 조직화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참여와 분권화를 지향하고, 대기업이나 국가 경영의 전통적 방식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SNS는 ‘좋은 민주주의’와 ‘나쁜 민주주의’ 양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나도 이에 동감입니다. SNS는 사회진보의 추진력이 될 수도 있고 괴담과 허위사실을 전파하여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성찰이 필요합니다. 

 

Q 그러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민중 봉기를 잠재울 방안은 무엇일까요?

 

A 데모 군중들이 바라는 사회가 어떠한 사회이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은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남부 국가들이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재정과 금융 파탄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없는 돈을 쓰려고 하면 탈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진리입니다. 재정은 수지균형의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파탄했고 금융은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무시했기 때문에 위기로 몰렸습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균형화를 도모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치적, 사회적 고난과 진통을 무릅쓰고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다만 진통을 적게 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국제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세출삭감과 증세가 필요함을 알면서도 투표권자들의 반대가 무서워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재정, 금융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고,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청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실천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나와야 합니다.

 

Q 지금의 자본주의를 일컬어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데 가장 큰 폐단 중 하나가 '인간 상품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상품처럼 여겨지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A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단을 ‘인간 상품화’ 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신자유주의는 결코 인간을 상품으로 보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제를 연구하는 주류 경제학의 분파(分派)로서 197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민사회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와 기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고 동시에 국부를 크게 하여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당시의 경제위기가 무리한 복지정책과 공공부문의 확대, 자본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초래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의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 들의 부채위기를 보면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와 미국의 밀튼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자유주의를 주창한 경제학자인데 하이에크는 1974년에, 프리드만은 1976년에 각각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학자들이 인간을 상품화하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 하나요? 인신매매는 노예제도 하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지금의 문명세계에 인간을 매매하는 노예제도가 있습니까? 좌파의 괴담에 속지 말고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Q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의 관점이 매우 획일적이라고 지적 합니다. 이를 테면 '신고전주의' 일변도로 흘러, 제도학파, 역사학파의 관점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총리님의 관점이 어떠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A 먼저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에 대한 설명이 필요치 않은가 생각합니다. 1776년 출간된 Adam Smith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이 고전경제학의 시작입니다. 고전경제학파의 학자들은 1870년대까지 활동했는데, Adam Smith, David Ricardo 와 James Mill이 이시기에 유명한 경제학자들입니다.

 

고전학파는 점차로 ‘신 고전학파’로 발전되어 갔는데 1900년에 Thorstein Veblen 이 처음으로 ‘신고전학파(neoclassical school)’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신고전학파’는 독일의 역사학파나 미국의 제도학파, 또는 맑스 경제학과 구별되는 근대경제학의 주류를 이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역사학파는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경제 학파입니다.

 

제도학파는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발전한 경제학파인데 다같이 ‘신고전학파’의 시장주의를 비판하고 경제의 역사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을 중시하는 경제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신고전학파’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 생산, 분배가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가용 자원이 각 용도에 배분되는 원리를 밝히려 하는 것인데 ①개인과 기업은 언제나 합리적 선택을 한다 ②개인은 효용(效用)을 극대화하고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 하려고 한다 ③사람은 선택과 결정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세 가지 가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 가정을 두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 모델의 분석을 통해 복잡한 현실 세계에 접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신고전학파는 대체로 개인이나 기업의 행태를 분석하는 미시 이론이라 할 수 있는데 1930년대에 J.M. Keynes의 거시(巨視)이론(국민소득, 저축 투자와 같은 집합(集合) 개념으로 경제 변동을 분석) 출현함으로써 신고전학파의 미시이론과 Keynes의 거시이론이 통합되는 이른바 케인스적 통합이 이루어 지게 되었습니다.

 

케인즈의 대표작인 ‘일반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이 경제학에 혁명(Keynesian Revolution)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미시이론과 거시이론이 통합된 현대경제학이 형성되었고, 나의 학창 시절에는 이러한 현대경제학을 가르치는 Paul Samuelson의 교과서가 너무나 유명했습니다.

 

지나간 질의응답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신자유주의’는 ‘신고전학파’에 포함되는 개념이고 1980년대부터 약 20년간 유행했던 경제적 이념입니다. 즉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념인데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이 이념에 따라 경제정책을 펴나간 지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자본주의 4.0’ 시대이고 정부가 시장경제를 관리하여 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시장경제 운영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Q 정부 주도적 경제 발전이 개발도상국들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견해가 많은데, 이런 경제발전모델로 많은 경제대국들이 새롭게 등장할 경우 머지않아 현재와 비슷한 세계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A 정부주도의 경제 개발이 후진국 초기에 유효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한국이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의 경제체제는 국가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경제력 집중, 빈부격차의 확대, 해안지대와 서부 오지의 지역적 격차 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의 한국과 달리 중앙 통제가 강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임기응변의 대책으로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과거 한국과 같이 외환집중제를 실행하고 있으므로 수출, 관광 등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반드시 시중은행→중앙은행에 매도해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외화를 보유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중국은 위기에 대비하여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2010년 $26,220억)를 가지고 있으므로 1997년의 한국과 같이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시장경제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단계가 올 것인데 중국이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은 두고 볼 일입니다.

 

한국식 경제개발 모델로 경제대국들이 새롭게 등장하면 지금과 비슷한 세계적 경제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적 개발 모델은 1960~1970년대에 정부주도의 계획적 개발전략을 추진하여 경제발전의 기반을 구축했고 그 다음 점차로 민간주도의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여 고도성장을 지속했습니다. 정부는 건전재정의 틀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발전의 바탕 위에서 평화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실현했는데 다른 후진국들이 우리와 같은 경로를 밟을지는 미지수입니다.

 

Q 세계적으로 불안에 휩싸인 민중들의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청년실업이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리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안이 제시돼야 고용이 증가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이미 '이미 경제의 어제와 오늘'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밝혔던 부분인데 다시 한 번 강조하겠습니다.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가 산업 수요를 초과하는 데에서 청년실업이 발생합니다.

 

가정이 넉넉한 청년들은 취직이 되지 않더라도 나쁜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히 나쁘지 않은 일자리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급 일자리인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서는 서울대와 KAIST의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가 5~7년째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이때에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① 고용계수가 비교적 높은 서비스산업의 고용확대 책을 강구한다. 의료, 관광, 교육 분야 에서 사람을 더 쓰면 서비스가 크게 개선되는 여지가 많다. 예컨대 교사를 더 쓰면 적은 수의 학생들에게 맞춤 교육을 실시 할 수 있다. 병원에 의사와 간호원수가 많아지면 환자를 돌보기가 쉬워지고 보다 친절해 지고 외국 환자들이 몰려 온다. 관광에 관하여는 2010년 중국인의 출국자수가 5740만 명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188만 명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2020년에는 출국자수가 1억인 이상이 된다고 한다. 중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광산업을 개발하면 고용효과가 클 것이다.

 

나는 최근 전남 목포를 다녀 왔는데 중국과 일본에 근접한 서남 해안과 도서지역을 관광지대로 개발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요컨대 서비스 수준을 고급화하면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이상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100~200만개 일자리 창출계획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② IT 산업 (소프트웨어 등)의 인력 수급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미취업 인재들을 대대적으로 재교육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③ 공공서비스 분야에 있어서는 지금 각종 범죄의 지능화와 환경파괴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경찰인력과 환경보호 요원을 대폭 증원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④ 산업구조의 변화와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현재의 대학교육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도록 부실 대학의 정리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⑤ 그러나 일자리를 늘리는 궁극적인 방법은 투자, 수출, 소비가 증가하는 경제성장 밖에는 없다. 그런데 정부 투자는 급증하는 사회보장 지출에 눌려 축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은 그들의 긍지를 짓밟고 투자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을 제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지금 유행하고 있는 반 기업정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 기업들은 생산 고용, 소득을 창출하는 주체로서, 국민 복지향상에 이바지해 왔다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Q 요즘 미국은 계속 돈을 푸는데 그래도 세계경제는 어려워 진다고 합니다. 돈을 푼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돈을 푼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통화량을 증가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통화량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하겠네요. 사람들이 물건을 사면 현금을 주던가 아니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데 신용카드는 은행에 예금이 있기 때문에 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품과 서비스에 발동하는 구매력은 현금+예금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이 아주 단순한 의미의 통화량인데 예금은 언제라도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현금과 함께 유동성(流動性, Liquidity)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은행은 고객에게 주는 이자율을 올려서 예금을 흡수하기도 하고 이자율을 내려서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도 합니다. 정부가 돈을 푼다는 것은 은행의 대출 금리를 내리게 하여 기업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본 바와 통화량의 일부는 현금입니다. 돈을 푼다는 것은 현금통화를 늘린다는 뜻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쇄해서 만든 돈을 금고에 싸놓고 있는데 그 돈이 한국은행 안에 있는 동안은 통화가 아니라 인쇄물에 불과합니다.

 

가령 화제로 인해 1000억 원의 지폐가 타버렸다 하면 그 손실은 조폐 비용(건물 손실도 있지만) 일뿐, 한국은행 자산이 1000억 원 감소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은행 지폐가 일단 한은 밖으로 나가면 그 때부터 통화가 되고 그것으로 무엇이던 살 수 있는 화폐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한국은행 안에 있는 돈이 밖으로 나가게 되는지 궁금하죠? 거기에는 대략 세 가지 출구가 있습니다.

 

첫 번째 출구는 정부와 한은(韓銀) 간의 거래입니다. 한국은행을 중앙은행이라고 하는데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은 개인이나 개별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고 정부와 은행하고만 거래합니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예금을 받고 정부에게 융자를 하기도 하는데 정부가 예금을 하면 현금이 한은(韓銀)으로 들어오고 대출을 하면 현금이 정부로, 그러니까 한은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정부의 예금보다 대출이 많으면 그 차액만큼의 현금이 한은 밖으로 나가 현금 통화량이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량 또는 유동성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면 한은에서 예금액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공공사업 등에 투입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적자 재정입니다. 적자 재정 상황에선 고용과 소득이 창출되어 물건이 더 팔리게 되고 경기가 호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한은에서 자금을 너무 많이 빌려서 정부 지출에 충당하면 통화량 과다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로 한국은행은 '은행의 은행'으로서 은행하고만 거래합니다. 은행들은 정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에 예금도 하고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기도 하는데 대출금이 예금보다 많으면 그 차액만큼의 통화량이 증가합니다.

 

한은이 이자율을 올리면 은행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고, 이자율을 내리면 대출이 늘고 은행은 그 자금으로 기업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하게 됩니다. 이것도 돈을 푸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한은의 이자율은 은행의 이자율 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은행은 그 마진을 벌기 위해 한은 대출을 받으려 합니다.

 

세 번째 출구로 한국은행은 은행으로부터 달러(외환)를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합니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들이면 원화가 한은 밖으로 나가 통화량이 늘게 되고, 반대로 원화를 받고 달러를 팔면 원화가 한은 안으로 들어와서 통화량이 줄게 됩니다.

 

이상을 요약하면 ①한은의 정부에 대한 대출이 예금보다 많으면 ②한은의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 예금보다 많으면 ③한은이 달러를 파는 것 보다 사는 쪽이 많으면 통화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돈을 푼다는 의미 입니다.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정부 재정 수지와 은행의 자금운영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이자율(한은의 이자율과 은행의 이자율) 이라는 것을 아셨습니까? 그래서 재정 수지와 이자율은 중요한 정책 변수가 됩니다.

 

이상의 설명은 다른 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재정, 금융 조정을 하고 있으나 좀처럼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는 <학생과의 대화 시리즈 제5편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 원인과 대책”>을 통해 게재될 예정이니 참고해 주길 바랍니다.

 

Q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에 대하여 논란이 많은데 ‘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재정상태, 세계적 경제흐름을 아울러 대처해나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지, 총리님의 고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A 사회복지 제도의 확충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복지제도를 확대하여 선진국 수준의 구색은 갖추었습니다. 그 내용을 견고히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것은 지나간 질의에서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① 건전재정의 틀 안에서 복지정책을 확충하고 절대로 적자재정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② 위의 원칙을 지키자면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 할 수 없으므로 우선순위를 확립해야 한다.

 

③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복지제도 확충 5개년 계획' 같은 것을 제시하여 국회의 의결을 받아 두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문제인데 그것을 돌파하는 정치력이 없다고 단념할 필요는 없다.

 

④ 재원의 마련 없이 인기 영합의 복지정책을 남발하면 지금의 남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채위기→금융위기→경제위기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득 해야 한다. 단 사회복지의 미래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⑤ 경제성장이 지속돼야 복지정책의 확충이 가능해진다. 성장을 무시한 복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Q 최근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처리에 대해서 왜 국회의원들은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생각은 하지 않고 회의장 장악, 몸싸움 등 폭력을 사용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한미 FTA에 대해 여당이건 야당이건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 Cross voting을 채택합니다. Cross voting이란 국회의원이 당략과 관계없이 자신의 소신대로 투표하도록 당원에게 자유를 주는 방식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방식을 사용 했더라면 FTA는 벌써 가결되었을 것입니다. 내가 야당의 최고지도자의 한 분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야당의 70%가 내심으로 FTA를 찬성하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내년의 총선거와 대선을 의식한 당략 때문에, 그리고 정당 내부의 권력 다툼 때문에 지금의 추태를 보이고 있다 합니다.

 

민주적 대의 정치는 토론, 협상, 토론의 과정을 거쳐 표결에 부치는 것이 최후의 의사결정 방법입니다. 그런데 폭력으로 표결을 저지하는 것이 우리 대의정치의 습성이니 답답하기는 학생이나 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Q 지금 80여 국가에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금융자본주의란 무엇이고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A ‘금융자본주의’는 Karl Marx(1818 –1883)가 그의 저서 <자본론>에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자본주의는 제품을 만들어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자본주의 단계에서 금융을 통해 이윤을 축적하여 금융이 생산과정을 지배하는 금융자본주의로 발전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Marx는 금융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최종 단계이고 자본주의는 그에 내재하는 모순(노동 착취, 이윤의 경향적 저하)때문에 역사적 변증법의 법칙에 따라 종말을 고하게 된다고 예언했습니다. 그러나 Marx가 타개한지 128년이 지나도 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하지 않았고 다양한 진화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저축자금을 투자로 연결하는 금융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자본주의 형태를 금융자본주의라고 하기도 합니다. 현대 국가에서는 금융 매개기관으로 예금은행, 투자은행. 투자금융회사 등이 있고 그것이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①예금은행은 예금을 유치하여 자금 수요자에게 대출하고 ②투자은행은 은행들이 거래하는 은행간 시장 (Interbank Market)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에 융자하고 ③투자금융회사는 다른 사업체를 대신하여 투자의 목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여 증권투자가 들에게 매도하여 자금을 조달해 주는 회사입니다. (속칭 ‘Fund’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금융자본주의 하에서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부자들과 금융업체들이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제정책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좌익 학자들은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게 되면 금융 불안정, 불경기, 왜곡된 정치와 같은 사회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2000년대의 세계적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그러한 견해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질의 응답에서, 인간의 빵과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밖에 없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세계적 금융위기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 하지 않는다는 것, 세계적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그 운영을 잘 못한 정치에 책임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 종말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바라는 미래의 경제체제가 어떠한 것이고 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Q 그러면 자본주의의 단점은 무엇이고 장점은 무엇입니까?

 

A 인간이 역사적으로 경험한 몇 가지 정치-경제 체제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만 우리는 단점보다 장점이 우월한 체제를 선택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단점보다 장점이 우월하다고 믿고 있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시장의 실패’가 있고 그를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 이론입니다. 경제학이 분석하는 ‘시장실패’ 사례를 들면,

 

① 공급독점: 독점 기업은 경제의 압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격과 공급량을 임의로 조절하여 이윤을 극대화 하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경쟁상태의 경우보다 공급량이 적어지고 가격은 높아집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는 공정 거래를 위해 독과점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② 외부경제: 한 생산자의 생산활동이 기업 외부에 있는 다른 생산자, 혹은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이나 이익을 줄 때, 이것을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합니다. 그리고 손실을 줄 경우에는 ‘부정적 외부효과’ 혹은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라 하고, 이익을 줄 경우에는 긍정적 외부효과 또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라고 합니다.

 

외부경제(긍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는 교육입니다. 사립학교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여 배출하는데 기업들은 그 비용을 물지 않고 공짜로 채용합니다. 정부가 교육세를 부과하여 학교를 보조하는 이론적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부불경제의 대표적인 예는 공해입니다. 생산자의 공장이 매연을 내 뿜는다면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공해로 인해 불쾌감과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공해에 대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이 불공평을 시정하자면 정부가 공해를 발생시킨 기업에게 환경세를 부과하여 피해자를 보상하거나 직접적으로 공해의 양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③ 정보의 비대칭성: 상품을 사는 사람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상품을 파는 사람은 품질을 속이거나 불량품을 고가로 파는 유혹을 갖게 됩니다. 한편 소비자는 속지 않을까 우려하여 상품을 사지 않을 때에는 그 상품 시장이 위축 되거나 심지어 없어지는 경우조차 있게 되는데 이것은 시장기능의 실패를 의미 합니다.

 

판매자는 상품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구매자는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가짜 상품을 추방하고 정직한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감시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시장 실패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④ 소득 분배의 격차: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대 난점은 소득분배상의 불균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는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능력에 따라 분배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능력과 관계 없이, 상속, 환경, 행운과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또는 부정행위에 따라 개인의 소득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편 그 이유가 어디에 있던 심한 소득 격차와 빈곤층의 존재는 한 사회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소득 재분배정책을 시행하고 다각적인 사회안정 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⑤ 환경파괴: 지금 기업의 무절제한 이윤 추구가 환경파괴를 가져왔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모든 생산활동이 자연 친화적이고 자연자원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지구촌에서 인류의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환경연구소 Rocky Mountain Institute의 창설자인 Amory and L. Hunter Lovins에 따르면 지구상의 자원과 인간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인간 사회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철과 강철의 현재 사용량의 92%, 알루미늄의 3분지1, 고무의 5분지3, 플라티나의 5분지4의 사용량으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고 그러한 ‘슈퍼자동차’가 출현할 때 다음 산업혁명의 기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자본주의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A 자본주의의 장점을 말해주는 하나의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가 시장에 가보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상품이 쌓여 있습니다. 안 팔리는 상품의 재고가 무작정 쌓여 있거나 잘 팔리는 상품의 품절이 계속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있었으면 하는 물건과 서비스가 있으면 어느새 그것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 사람 또는 기업이 나타납니다. 여기에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가격의 기능과 이윤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의 하나입니다.

 

그 밖에 자본주의의 장점에 관하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인간의 필수조건은 빵(물질)과 자유인데 두 가지 조건을 양립시킬 수 있는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뿐이라는 것, 자유와 경쟁을 통해 경제의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장경제의 실패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고 자유 민주의 나라들이 제각기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물론, 민주적 대의정치가 시장경제를 관리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Thurow가 말한 대로 “정치 권력으로 시장이 창출하는 불평등을 줄이는 데에는 곡예와 같은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소득 재분배가 지나치면 자본주의의 인센티브 기능이 죽어버리는 반면, 경제의 파이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평균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인구의 과반수가 포퓰리즘이나 사회주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Q 끝으로 학생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선진국에서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논쟁하던 시대가 이미 지났습니다. 이제는 시장경제의 자유와 효율, 그리고 사회주의가 주장하는 경제정의는 다 같이 버릴 수 없는 가치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북의 공산주의와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간의 이념 차이를 문제로 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노동당에는 ‘선전선동부’가 있어서 지난 반세기 동안 공산주의 이념을 국민 뇌리에 새겨 넣었습니다.

 

반면,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북한의 이념을 비판하면 “색깔론” 또는 '보수꼴통'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입버릇처럼 국민들에게 국가이념을 고취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국가이념에 관한 국민 교육이 부실한 상태입니다. 언젠가 남북 통일의 날이 올 것인데 남한 국민들에게 국가이념 이라는 정신적 구심점이 없으면 어떻게 북한 동포를 자유민주 체제로 끌어 안을 수 있을 것인지 학생들이 이점을 고민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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