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 포커스 300호>
대자연과 함께하는 선진화: 실천방안
이영옥(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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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선진화는 자연과 인간의 균형 잡힌 공존정신 실천에서 드러난다. 선진사회일수록 인간은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단순하고도 엄연한 이치를 깨달아 자연을 이용하되 자연의 엄정한 질서를 거슬리지 않는 인간의 지혜를 바탕으로 모든 정책을 세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상상력과 대자연의 공존과 조화를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은 아마도 건축물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적 고건물(古建物)들은 바로 이러한 정신으로 세워졌다. 유서 깊은 사찰과 고택, 궁궐 등을 보면 과거의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게서 배우며 자연의 이치를 따르려고 노력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쓰럽게도 현대화 물결에 따른 서구화 흐름을 잘못 모방함에 따라, 여기저기 별나게 디자인된 건축들이 서로의 개성을 자랑하며 전체 환경의 조화를 참혹하게 깨고 있다. 산업화와 현대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에 가보면 우리 선조들이 지은 집처럼 건물이 자연 속에 포근히 안겨있는 인상을 준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는 서울의 남산 같은 언덕이 있는데 전체가 푸른 숲으로 뒤덮인 가운데 드문드문 빨간 지붕이 무니처럼 박혀있어 조화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을 디자인한 대표적인 건축가다. 그는 건축물이 위치할 곳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이 속에 사는 사람들은 대자연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이게 됨으로써 마음속에 평화가 자리 잡는 것을 경험한다. 현대식 건물도 얼마든지 첨단의 미를 살려 주위의 다른 건물들과 조화되도록 만듦으로써 자연의 미를 더욱 의미 깊게 만들 수 있다. 시카고의 고층건물들을 설계한 미즈 반 도로 (Ludwig Mies van der Rohe)는 대표적인 건축가로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자연 이상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있지 않은가.
인류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자연과 인간환경을 더욱 미화하려는 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간들이 자연에 인공적인 변화를 가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자연의 자정(自靜)능력의 범위 안에서 이를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자연을 불변의 항수(恒數)라 한다면 인간은 유한하고도 우연적인 산물이다. 셰익스피어가 『맥베스』에서 표현했듯이 인간은 잠시 펄럭이는 촛불과도 같고 무대 위에 잠시 등장하여 자기도 모르는 행동을 하다 사라지는 미미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자연의 근원적인 힘은 장대하다. 자연은 시간을 초월한다. timeless한 존재다. 그리고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이 경외심을 가지고 자연과의 관계를 복원하여야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우주 만물 중 으뜸이라고 자부하며 오만을 부리는 것은 인류의 문명 이래 발달시켜온 과학 기술의 발달을 보고 누리면서 마치 이 세상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착오 속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서구에서 시작된 인간의 자연 정복은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보다는 자연을 최대한 인간의 편의에 맞추어 변형시키고 결국은 파괴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자연과 인간의 공존관계는 깨어지고 자연은 근원적인 힘으로서의 존재를 과시한다.
최근 녹조현상으로 질식되어가는 대청호의 외마디는 대자연의 외마디로 들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2bUNj9tbUY; 연합뉴스 2016.7.1). 이제라도 미래의 지구환경을 의식한 생활문화의 구현을 실천할 때가 되었다. 필자는 일전에 생활문화를 바꾸기 위한 방안에서 제시한 바 있는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재삼 환기시키고자 한다. 곧 질식해가는 자연환경을 살리기 위한 실천운동의 핵심 단어는 ‘절약‘이다. 현재의 소비/소모 추세로 가면 한국의 토양과 산천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고 썩어버릴 날이 올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지금 절약하면서 사용하면, 미래 세대들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편리와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자연환경의 심각한 문제는 첫째로, 땅위와 물속에 쌓이는 일회용품의 문제다. 집회 후의 쓰레기, 농수산물 수확 후의 폐비닐과 어업 도구들, 커피, 라면 등 음료와 인스턴트식품의 용기 등은 일회용으로써, 비상시가 아니라면 소비자들이 사용을 절제, 제한하는 자세가 시급하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폐기물 해양투기량은 총 116만톤이었다. 폐기물은 하수, 가축분뇨, 분뇨, 음식물, 산업폐수 등으로 인천, 군산, 제주, 마산, 울산, 포항 등 먼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http://www.hamgil.or.kr)
둘째로, 몸이 건강한 미래의 공동체를 위한 ‘직장 도시락문화’ 창출을 기획함으로써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전체 소비되는 음식물의 칠분의 일을 차지하며, 1년에 471만 톤(8조원)에 이르고,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30%를 차지한다. 하루 1만 톤이 되는 북한의 식량 수요를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낭비다 (출처: 한국환경공단).
건강하고 합리적인 외식문화를 위하여 우선, 요식업체의 가격대 별 표준화작업을 추진하고 합리적 관리감독제도를 둘 필요가 있다. 한 편으로는 균형 갖춘 ‘간편 한식메뉴’를 개발하도록 권장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환경의식실천 업소목록을 만들어 공개하여 활용도를 높인다. 또한, 직장 도시락문화를 격려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건강치 못한 음식’으로 중요한 식사를 대체하고 있다. 이들이 적은 시간으로 균형 잡힌 음식을 준비하여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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