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성교육의 본질
“인성(人性)교육”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풀어본다면 인간의 인간됨 교육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인간됨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인간의 생존을 견인해온 원리에 충실하면서 인류의 공생과 번영에 기여함을 의미한다.
그 첫 번째 원리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삶의 기술을 객관적 지식의 형태로 축적시키고 발전시키면서, 자신의 몸을 대신하는 기계와 기술을 통해서 강력한 생존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며 두 번째 원리는 가치와 규범이라는 문화적 전략을 통해 인간적 삶의 양식을 재생산해왔다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은 따라서 지식의 전수와 가치와 규범의 전승으로 모아진다. 오늘날 인간이 소유하게 된 지식의 체계는 매우 정교해져서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가까운 행성에 여행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인공지능의 위세, 로봇의 출현으로 인한 인간의 설 자리에 대한 다각적인 우려와 대처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지식의 전수는 오늘날 다양한 학문체계가 담당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영역은 이 우주 내 인간의 생존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보과학 기술의 발달은 이제껏 인간의 지식이 축적되고 활용되던 방식으로부터 혁명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세계에 관한 객관적 지식의 확보는 인성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우리의 믿음이 객관적이고 합리적 지식에 바탕하지 않는다면 맹목적 이념 추종이 지식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각적으로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인간 교육은 직접적 강령의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하도록 가치판단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윤리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선택의 결과와 행위의 책임에 대한 이해 능력을 키우는 일은 다양한 인간 삶의 상황들을 섭렵하고 간접 경험을 통해 다양한 선택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문학이나 역사는 우리에게 매우 풍부한 인간 삶의 모습과 선택을 제시하고 있으며, 철학은 윤리적 가치와 원리,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해준다.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은 배움에 대한 근본적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으며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인간 사회를 만들어 나가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을 어찌 인공지능이 대신해줄 수 있겠는가?
이러할 때 전통유학교육에서 지향했던 인성교육의 가치를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주목해 볼 만하다
즉 전통유학교육은 첫째 교육방법에서 수신을 통해 인격적으로 완성된 인간을 추구한다. 둘째 교육 내용 면에서 문학․역사․철학․예악․정치․사회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여 균형감각을 갖추어 인성과 지도력을 함양하게 힘썼다. 셋째 유교교육의 지향점은 자기 충실과 타인과의 조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의 지혜를 일깨워 주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미래와 국가의 경쟁력 수준이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고 할 때, 결국은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판단을 갖추고 모든 것을 슬기롭고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우리가 확보하게 되는 중요한 특징은 내면성과 자기 성찰성이다. 이러한 내면성을 함양시키는 능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1) 사유 능력의 함양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냥 앉아 생각한다고 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역사 안에서 생각의 여러 갈래 길들을 만들어놓았다. 이러 저러한 갈래들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생각하는 힘이 키워지면 우리는 새로운 생각의 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으며,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생각의 길을 갖게 될 것이고 그들의 사유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2) 분석 능력의 함양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새로운 변화를 위해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소중히 가꿀 수 있는 균형 잡힌 판단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러 가지의 생각의 갈래 길을 걸었던 사람은 그에 비추어 사물과 현상을 평가할 수 있는 여러 눈을 가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분석력과 비판적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비판은 무조건 부정적 측면이 아니라 긍정적인 안목 위에서 정밀한 사물의 객관적 분석력이 전제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창조를 위한 합리적 사고가 정립될 수 있다. 

3) 상상력의 함양
인간의 도덕적 능력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태도이다. 역지사지의 능력은 인간관계 기술을 함양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기의식적 반성을 가능하게 한다.
역지사지의 능력은 상상력의 일환으로서 이러한 상상력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예술적 능력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소통 능력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배움 능력의 함양
논어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배움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스스로 묻고 잘못된 것을 고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문명을 지금껏 견인해온 힘인 것이다. 이 근원적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동기는 자기 자신 안에서 주어지는 것으로서 인간의 근원적 내면성의 표현인 것이다.

5) 문제 해결 능력의 함양
인문학적 사유는 단순히 자기 속에 침잠하여 묵상하는 사유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으로부터 동기를 부여받아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인간 삶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시시각각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능력을 높일 것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인간 삶의 우연성에 대처할 수 있는 예지력을 키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