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젊은 국가에 속한 한국은 20~30년 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며, 이는 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인구고령화는 비단 개인, 가계 차원을 넘어 경제성장률 둔화라는 거시경제의 위기로까지 연계된다.

OECD는 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그 주요 원인을 인구고령화로 지목하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는 다시 저출산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의 재정추계에서 알 수 있듯이 현 상태에서 기금이 고갈되어 완전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미래세대가 부담해야할 보험료가 30% 이상이 될 것이며, 국민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료와 세금 부담 등을 고려 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화되어가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출산 자체를 꺼리는 시대적인 변화이다. 즉, 내리사랑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을 살겠다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의 변화이다. 둘째, 출산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이다. 즉, 늦은 노동시장 진입과 결혼, 실업, 주거비용, 육아, 교육비 등이다.

저출산의 원인에 따라 대응방안 역시 달라져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면 출산 자체를 꺼리는 시대적 변화는 인정하고, 저출산으로 발생되는 부작용을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청년실업, 주거비용, 교육비용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당연하며, 우리 사회는 좀 더 고차원적인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구고령화는 쉽게 말해 피부양자는 급증하는 반면 부양자는 급감한다는 의미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출산율이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영유아가 근로층으로 성장하기까지 20~30년 동안 새로운 피부양자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히 출산율만의 증가는 오히려 재앙일 수 있다.

이에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출산율을 높이되 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접근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있거나 못하고 있는 여성을 노동시장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사냥이나 농사와 같은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젊은 사람의 숫자가 중요했고, 특히 힘을 쓰는 남자는 더욱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현재는 육체적 노동이 아닌 뇌를 활용한 지식산업의 시대로 성별에 따른 생산성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남성은 근로하고 여성은 가사를 전담하는 성역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생산성이 높은 인재가 노동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출산과 육아, 그리고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여 출산율을 높이는 동시에 즉각적으로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저출산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저출산을 받아들이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아직 성숙단계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영향을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상당히 많은 인력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때 생산가능인구가 많으면 오히려 대량실업이 촉발되고 양극화가 악화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를 활용해 소수의 인재가 거대한 생산력을 발휘한다면 인구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 현 세대는 미래세대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아낌없는 투자해야하며, 가장 중요한 투자가 바로 교육분야다. 소수(저출산)이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세대의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으며, 4차 산업으로 인한 대량실업을 회피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저출산은 기회이기도 하다.

복지제도를 논함에 항상 ‘선별적 복지’ 대 ‘보편적 복지’의 이념적 논쟁이 촉발된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논쟁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정책별로 선별적 복지가, 반대로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 확실한 것은 출산, 육아, 그리고 근로를 마음 놓고 병행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가 당연하다. 물론 미래세대의 교육에 대한 투자도 보편적 복지가 당연하다. 지금도 우리나라 교육은 암기왕을 양산하는 체계에 불과하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투자는 결국 현 세대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며,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