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제안하는
길거리예술로 시작하는 문화예술의 생활화 방안
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18기 이권식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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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식(한양대 경제 4) :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제3차 한양대학교 선진화 연구모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0월 한국선진화포럼은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착한' 선진화 : 실천방안"이라는 주제로 제107차 월례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우선, 위 주제로 월례토론회가 개최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목적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2016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에 가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은 1996년 10월 11일 OECD의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이 결정된 이후, 1997년에 닥친 외환위기와 2007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련 속에서도 국내총생산(GDP) 11위, 세계 수출 규모 6위 등 경제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LI·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을 포함한 조사대상 38개국 중 28위를 차지하였으며, 삶의 만족도 31위, 공동체의식 37위 등 삶의 질을 평가하는 전반적인 항목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소홀히 여겨왔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까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만으로 삶의 질을 개선할 순 없습니다. 즉, 삶의 질 향상은 궁극적으로 물질적인 풍요와 정신적인 풍요를 조화시켜야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위해 문화예술 활동을 증진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예술'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아쉽게도 실내 극장 및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예술은 근본적으로 대중과 교감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현재 국내 예술 시장은 대부분의 창작 공연예술이 침체되어 있으며, 해외 영화·공연이 아니라면 관객들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예술과 관객 사이의 '눈높이가 어긋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거리예술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예술(Busking)은 현실 속에 예술가와 그의 작품, 그리고 관객이 가장 가깝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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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공간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은 공간과 관객만 있으면 노래와 퍼포먼스, 서커스, 그림, 사진,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종합예술의 장(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거리예술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며, 그렇기에 거리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신찬혁(한양대 경영 4) : 우선, 국내 문화예술활동의 현황를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행사 관람률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65.8%를 기록한 영화를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예술행사 관람률은 저조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예술행사를 직접 참여한 경험은 4.7%에 그쳤으며, 그 분야도 미술전시회 참여율이 1.7%로 가장 높았으며, 연극, 뮤지컬, 행사 순으로 직접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문화예술활동이 저조한 이유를 응답비율로 나열하자면 높은 비용, 시간 부족, 관련정보 부족, 관심있는 프로그램의 부재 등 애로사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높은 비용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는 데 큰 제약사항으로 작용하는 만큼, 거리예술이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 거리예술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국내 거리예술 역사가 짧다는 점을 들 수도 있지만, 일반시민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거리예술가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있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동수(한양대 기계 4) : 그렇다면 국내 거리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 주요 도시의 거리예술 성공사례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선, 일본 도쿄의 헤븐아티스트를 살펴보겠습니다. 도쿄의 헤븐아티스트(Heaven Artists)는 2002년 도쿄도청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연가와 관객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여 공연예술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도청은 공개오디션(public auditions) 진행, 라이선스 발급 등 모든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오디션 자격은 도쿄 거주 시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더불어 공연 장르에도 제한은 없지만 마임과 저글링 팀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공연 중 엠프사용이나 CD, DVD 등의 상행위는 원래 불법이지만 대중에게 큰 피해만 없으면 대체로 묵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미국 뉴욕의 뮤직언더뉴욕을 살펴보겠습니다. '뮤직언더뉴욕'은 1987년 시작된 뉴욕의 대표적 지하철 거리예술 프로그램으로 미국 시민들에게 공공장소에서 거리예술의 가치를 재인식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현재 매해 오디션을 통해 10~20명이 선발되며 회원은 한 달에 두 번씩 공연할 수 있습니다.
뮤직언더뉴욕 프로그램은 거리예술가들이 스스로 권익을 보호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하철음악가 및 공연가를 위한 지침'(guide for subway musicians & other performers)을 두고 공연가의 권리와 의무를 자세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가령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지침에 나와 있는 자문 변호사에게 문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권식(한양대 경제 4) : 그렇다면 해외 사례처럼 거리예술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현지(한양대 프랑스언어문화 4) : 국내 거리예술이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청계천아티스트, 대학로 거리공연인 연합(ADSP), 레일아트(Rail Art) 공연 등이 있지만, 공연장소의 부족, 거리예술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단조로운 콘텐츠, 거리 예술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해외 사례만큼 거리예술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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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각 지자체에서는 광장, 공원 등을 공연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값비싼 공연시설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양질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리예술가들에게도 기회의 장(場)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서울문화재단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거리예술(busking)의 현황과 발전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민의 과반수(49.8%)는 거리예술 감상비를 기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공연의 수준이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되거나(29.8%), 남의 이목 때문에 기부행위가 어색해서(27.4%)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거리예술가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금전적인 문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선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연의 수준이 훌륭하지 못한 이유는 거리예술가가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습이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2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펀드레이징과 결합한 거리예술을 시행해야 할 것을 제안합니다.
펀드레이징과 결합한 거리예술을 통해 거리예술가는 안정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더불어 시민들은 타인의 이목에 신경쓰지 않고 자발적 감상비를 기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거리예술가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며, 결국 일본의 도쿄 헤븐아티스트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거리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찬혁(한양대 경영 4) : 하지만 펀드레이징과 결합한 거리예술을 시행한다고 해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펀드레이징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것이란 보장이 없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펀드레이징과 결합한 거리예술의 성공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 시민들에 의한 펀드레이징보다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메세나(Mecenat) 활동을 촉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메세나 활동은 펀드레이징보다 거리예술가의 금전적인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며, 기업은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여 공유가치(CSV)의 실현과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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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린(한양대 프랑스언어문화 2) : 거리예술가의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펀드레이징과 메세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예술을 감상하는 일반 시민들은 펀드레이징을 통해 자발적 감상비를 기부할 수 있으며, 신찬혁 학우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기업은 메세나 활동을 통해 공유가치를 실현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거리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단순히 공연장소만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닌, 거리예술가가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빈 공간을 거리예술가의 연습실로 임대해준다면, 앞에서 언급되었던 낮은 수준의 공연을 개선하는 방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각 대학별로 거리예술축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연전(연고전)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별 거리예술 대항전을 통해 대학생 및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인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며, 지역 상권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야외에 다양한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을 조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루프탑 필름 클럽처럼 주변 풍경이 보이는 탁 트인 공간에서 독립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해당 영화관은 저렴한 요금으로 고객을 유치해야 하며, 이렇게 유치된 자금은 다시 한 번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비용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동수(한양대 기계 4) : 저는 지하철 여유 공간을 활용한 문화공간을 조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었지만, 인지도가 미비한 레일아트(Rail Art)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 내부 시민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대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러한 문화공간이 시행되고 있는 곳은 대전시 지하철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문화공간은 주로 중·고등학교 댄스 동아리과 연극 동아리, 그리고 사회인 밴드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현지(한양대 프랑스언어문화 4) : 저는 조동수 학우의 의견에 일부 반대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거리예술가의 난립은 거리예술의 퇴보를 조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외 사례처럼 경쟁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사람에 한해서 라이선스를 발급하여 거리공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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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거리예술을 단순히 관람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참여의 장(場)으로 조성하기 위해, 교육형·참여형 예술을 시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밴드에서 기타, 드럼 등을 배우고 그 자리에서 합동연주를 하거나, 저글링을 하는 거리예술가에게 직접 저글링을 배워보는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형·참여형 예술을 통해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권식(한양대 경제 4) : 지금까지 제시해주신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거리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리예술가의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제되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다만, 그 방안에 대해서는 크게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것, 펀드레이징을 통한 모금, 메세나 활동을 통한 지원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거리예술가에게 공연장소 및 연습장소를 제공, 대학별 거리예술축제 시행, 교육형·참여형 거리예술의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한양대학교 제3차 선진화 연구모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고생많으셨습니다. 귀한 시간 할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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