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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토론회

제100차 월례토론회

흔들리는 한국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발제 : 윤창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6년 2월 25일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

「흔들리는 한국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한국선진화포럼 정책제안

1. 흔들리는 한국경제

첫째, 한국은 현재 외풍(外風)의 내풍(內風)화를 겪고 있다. 즉, 한국경제의 상황은 먼저 “배철수”를 뽑을 수 있다. 배는 조선, 철은 철강, 수는 운수·해운을 나타내며, 이들은 우리나라 좀비기업, 즉 자신이 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가장 많은, 그리고 그 좀비기업의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세 개의 산업이며, 좀비기업 비율이 12%p (7~8%에서 20%대로) 증가한 위기의 산업이다. 이는 외풍의 내풍화, 즉 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안의 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 2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2.2% 감소하는 등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은 10여년 전 우리 제품이 ‘넛크래커’나 ‘샌드위치’의 신세였을 때보다 제품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된 상황이다. ‘넛크래커’나 ‘샌드위치’ 신세는 저가로 밀고 오는 중국제품에겐 가격쟁력에 밀리고 고기술력을 담보한 독일이나 일본의 제품에겐 품질에서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중국제품보다는 품질이 좋고 독일이나 일본의 제품보다는 저렴한 한국제품에 대한 세계수요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품질이 좋은 독일이나 일본의 제품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저가인 중국제품의 품질도 우리 제품 수준에 거의 근접해 우리 제품이 팔 곳이 없는 이른바 ‘샌드백’ 신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자영업, 부동산, 가계부채 문제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자영업 문제, 부동산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영업 종사자들은 대략 550만 명인데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 분야가 금융 쪽 관점, 가계부채 관점에서 중요한 것이 약 500조원의 빚을 쓰고 있다. 가계부채 쪽에서 350조, 즉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업체를 영업을 위해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서 그것으로 업장, 업소에 투입하고 자금으로 그리고 또 조금 커지면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서 기업대출은 150조가 있다. 즉, 두 개의 채널을 통해 자영업으로 돈이 들어오는데 한 쪽은 가계부채로 들어오고 한 쪽은 기업부채로 들어와서 두 개 합치면 500조 가까이 된다. 자영업이 안 좋아졌다고 하면 가계부채도 부실이 되지만 기업대출로 받은 소상공인 대출도 부실화되니까 양쪽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청년실업문제, “표”풀리즘,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저출산, 저유가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고실업, 고위험, 고령화 등도 내풍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금융산업의 위기이다. 국내 은행은 저금리 장기화로 주 수익원인 순이자마진이 날로 악화되며 고전하고 있고, 보험사들은 저금리 충격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회계제도 변화에 따라 대규모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실정이다.

다섯째, 경제의 정치화가 지나치고 정치가 경제에 해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와세다대학교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아무래도 경제 문제의 정치화, 그게 한국의 단점인 것 같아요. 모든 게 정치적으로 이용돼 버려요. 경제는 시장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항상 명분을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게 많아요. 강성노조만 해도 정치적으로 괴물이 됐어요. 대신 한국의 장점은 집중적으로 순발력을 발휘해 뭐든지 하는 것, ‘스피드’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그 스피드가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것이에요. 그만큼 민주화됐다는 것이기도 한데요. 옛날처럼 대통령이 하자면 다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에요. 정치적인 것을 경제하고 분리해서 경제 논리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16.2.12 문화일보)

2. 위기의 가능성

현재의 경기국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위기발생 우려가 존재한다.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의 과거 위기들은 외부적인 충격에 의한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 그러나, 현재는 잠재성장을 하회하는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기흡수능력이 조금씩 저하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실기업 등 구조적 취약요인에 의해 촉발된 내생적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2011년 이후 경기변동성이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내재적 성장동력 위축, 경제활력 저하,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경기안정화 정책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에 기인한다.

또 다른 위기 가능성으로는 중국발 위기이다. 중국의 실물경제가 부진하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중국정부는 금융지원을 통한 실물경기부양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실물경제의 부진대비 위안화 절하가 안된 상황이다. 중국기업의 부실이 늘어나는 경우 부실대출을 처리하기 위한 통화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 결국 위안화 발행이 증가하면서 위안화 절하가 뚜렷해질 것이므로 최근 소로스 등은 미리 위안화 약세에 대량을 베팅하였고, 외환보유고가 4조 근처에서 3.2 조 위안까지 감소하는 상황인바 이 경우 환율은 달러 당 7 위안 대 중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에는 엄청난 악재가 될 것이다.

유럽발 위기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럽은 은행위기를 겪고 있다. 양적 완화의 부작용으로 인해 돈은 풍부해졌지만 저금리로 인해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금융기관 수익이 줄고 경기부진으로 인해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금융기관발 금융위기가 가시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위기의 가능성도 있다. 저유가 국면으로 인하여 축소균형으로의 회귀하는 상황이며 이는, 교역감소 및 해외자산매각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사우디의 경우 저유가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인해 작년 하반기 우리 나라 주식시장에서 4.5조원의 주식을 매각하였고, 우리 은행 주식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고유가 국면이 우리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산유국 발 위기가 중국을 거쳐 전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위기인 북풍이 있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실현될 수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해외자본유출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유출이 급격한 경우 소위 서든스톱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3. 결론: 정책적 시사점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분보다는 실리, 이상보다는 현실, 형평보다는 효율, 절차보다는 성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경제의 정치화 내지 정치제국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멋진 이상 앞에 현실은 항상 초라하다는 점을 전제로 비교국가적 관점을 가지고 실리적으로 문제의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국가 전체 거버넌스의 문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통령 단임제가 가져오는 폐해가 상당하다. 단기 업적주의가 팽배하고 임기 5년이 지나면 많은 정책이 폐기되고 정책기조가 상당부분 바뀌면서 일관성이 사라지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또한 정부조직을 너무 자주 건드리는 문제도 발생한다.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의 조화가 필요하다. 또한 “후보자의 결점과 단점만을 최대한 부각시켜 본인과 임명권자에게 망신 주기” 식의 왜곡된 청문회로 인해 내각제 국가보다 더 내각제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된 경우 한 번도 낙마한 일이 없음).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난제의 이슈들도 많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신흥국 내의 스위스 전략(신흥국의 ATM)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 4차 산업 혁명을 무인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는 바 드론(무인비행기), 무인자동차, 로봇 등이 주요 분야가 되고 있다. 이들 분야는 모두 사람에 대한 고용이 하락하도록 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좀비기업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유노조/정규직 vs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의 문제 해결, 노동개혁을 통한 새로운 보상 체계의 마련, 고도 성장기에 마련된 연공급 체계를 성과급체계로 전면 개편, 신 세계화 전략의 추진(going global again), 소득국가에서 자산국가로의 변혁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내적 분열에 대한 조치 또한 필요하다. 저성장기에는 제로섬 사회로의 회귀가 급격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면 격렬한 저항이 나타나고, NIMBY 현상 또한 심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기득권 내려놓기”식의 접근이 가시화되어야 한다. 또한, 저성장기에 맞는 다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며, 제로섬 사회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서비스업 살리기 또한 필요하다. 고급 서비스업에 대한 실리적 접근이 중요하다. 실물과 금융의 조화를 위해 금융의 모험자본형성 지원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도권 규제 자체를 혁신적으로 뜯어 고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산업 육성을 통한 보건 헬스케어 분야의 전면적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트랙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의 거시정책들이 필요하다. 특히 내수부양과 아울러 환율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이 의미가 있다. 미국 BHC 수정법안에 의한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여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다란 위기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큰 거 한 방”식의 정책은 없다는 점에서 시행 가능한 다양한 정책 패키지의 조합을 만들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시 성장(일자리 창출)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나누기’로부터 ‘곱하기’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며 성장(일자리 창출)을 통한 분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퍼주기식 지원보다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혁파와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그리고 자영업자의 임금근로자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적·사회적 합의 유도가 어렵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 법·제도 마련,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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