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보호만이 아니다
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조교 이경한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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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 심화, 잠재성장률 하락,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확대 등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과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포용적 자본주의의 한 방편으로서 공유가치 창출 개념인 CSV(Creating Shared Value)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CSV는 기존에 강조되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차이가 있습니다. CSR은 기업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나눠주는 것인데 반해 CSV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CSV의 취지와 CSV가 잘 됐을 때 예상되는 효과를 보면 CSV는 CSR보다 훨씬 더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CSV가 잘 되기 힘듭니다. CSV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파트너가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의 파트너가 되기에 능력이 부족합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겨우 대기업의 4분의 1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CSV를 밀어붙인다면 대기업의 어깨에 중소기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더 얹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파트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베푸는 어미새와 새끼새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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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상황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중 양국의 기업경쟁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상장기업 매출증가율이 12.86%로 한국의 2배가 넘고 영업이익률도 중국이 13.82%로 한국 6.82%의 두 배가 넘습니다.
저기술, 중기술 수준에 속하는 기업은 중국이 우리를 이미 앞섰고 고기술 수준에 속하는 기업들도 중국의 추격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은 정부의 재정 지원, 급성장하는 중국의 내수시장, 정부의 친기업 정책 등에 힘입어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데 CSV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무거운 짐을 올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은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을 했기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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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말고 우리나라에도 모범적인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끊임없는 혁신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한 결과 지금처럼 대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됐습니다.
스스로 성장한 이 기업들은 하나같이 규제철폐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OECD 34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경제활동 규제, OECD 1위 수준인 대기업 규제 하에서는 제 2의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에 지원책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을 사회적 약자로,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새끼새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이런 시각을 갖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만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영원히 중소기업으로 남게할 뿐입니다.
지원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규제를 철폐하여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체되어 있는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려고 노력하는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도록 지원정책을 수정해야 합니다. 신상필벌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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