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하나의 국가로서 세 가지의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에 의한 안보 위기, 인구감소에 의한 인구 위기, 그리고 성장잠재력의 하락에 의한 지금 생활 수준의 지속가능성 위기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정치·경제적 성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장기적으로 추세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데도 못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시대적 사명과 비전은 바로 이러한 국가적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을 이루고, 대한민국을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인구구조와 함께 빠르게 조로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2000년대 이후 지속해서 하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경제는 머지않아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세대는 물론 현세대도 지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조로화를 막고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경제의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회복 없이는 일자리, 소득, 부채, 복지, 건전재정 모두 불가능하다. 인구감소 시대에 지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국가 생산성과 개인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국가 생산성은 산업구조조정 및 신성장동력 개발을 통해 높여야 하고, 개인 생산성은 인적 자본축적과 개개인 근로자들이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각종 제도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고소득 국가,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많은 국민은 과연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것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물론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는 선진국이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중동의 고소득 산유국들이 복지수준이 높다고 해서 선진국으로 보기 어려운 것처럼, 복지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조건은 안정적인 민주 정치체제와 국민통합이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지 못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안정적인 민주정치와 국민통합을 이루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민주정치와 국민통합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서 시작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여러 가지 분열과 갈등은 제도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이 충분하면 빠른 성장과 높은 국민소득을 이룰 수는 있을 것이나,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 성장이 한계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갈등과 불신이 만연하게 되면,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도 국민의 협조를 얻기 어렵고, 정책 집행비용과 거래비용이 발생하여, 국가적으로 비효율과 낭비가 초래된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은 기다리면 내 순서가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지켜지지 않는 법과 규제가 남발되고, 법과 질서를 파괴하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만 이익을 본다면, 법을 지키는 정직한 사람들만 바보가 된다.

여기에 더해서 학연, 지연, 혈연이 지배하는 사회는 신뢰가 쌓일 수 없다. 한국은 유독 ‘학지혈연’이 지배하는 사회다. 사회적 자본은 공공재다. 공공재의 공급과 형성은 정부의 책임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회적 신뢰의 수준은 이미 국제 비교를 통해 매우 낮은 수준임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의 무능과 부패, 정책의 불투명성이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 장애요인이다.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에 못 미치는 한국의 정치 수준과 포퓰리즘도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낮추는 요인이다.

분열과 갈등이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정책과 제도의 실효성이 상실되고, 사회적 갈등 해소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 자본의 축적이 물적자본, 인적자본 축적과 함께 경제정책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지금 정부와 정치권의 개혁 과제는 그것이 규제개혁이든, 노동개혁이든, 공공개혁이든, 그 핵심은 국민이 정책과 제도에 대해 가지는 신뢰를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법치주의를 확립하여 모든 분야에서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가능성을 해소하고, 학연, 지연, 혈연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모든 제도를 투명하게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