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선진자본시장
권순형(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24년 2월 26일 발표한 방안입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만성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① 주주가 아닌 기업 대표 중심의 경영 문화 ② 대외 요인에 민감한 업종 특성 ③ 남북한이 대치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상장기업의 2012년부터 2021년까지의 평균 PBR(주당순자산가치, 낮을수록 저평가)은 선진국과 신흥국 대비 40% 이상 낮습니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증시가 저평가되면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지 못하게 되고, 가계자산이 유동성이 낮고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내수 소비에 제약이 생깁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여 선진자본시장을 조성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 한국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선진자본시장 조성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시기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부의 행정 조치만으로는 밸류업에 한계가 있습니다. 입법부도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법적·구조적 요인을 혁파하는 대개혁이 필요합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현행 상법 382조의 3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주주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현행 상법대로라면 이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힘쓸 필요가 없으니 주주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결국 현행 상법하에서 기업은 주주의 것이 아니라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의 것이 되어, 지배주주가 기업을 사유화하여 지배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모두 포함하여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주주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 선진자본시장의 원동력입니다.
다음으로, 상속세제에 대한 개편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로 OECD 평균인 13%를 훨씬 넘습니다. 이러한 현행 상속세제는 기업의 지배주주로 하여금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합니다. 즉,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나쁜 지배주주가 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기업을 해외자본에 매각하는 등의 일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상속세 인하는 지배주주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고 부자 감세라는 부정적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와 함께 추진하는 등의 정치적 혜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필요합니다. 미국은 배당소득에 대해 일괄적으로 22%를 과세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00만 원 이상부터 종합소득세로 합산과세하여 세율이 최대 45%까지 높아집니다. 따라서 가계는 기업에 투자할 유인이 적어지고 기업 역시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을 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선진자본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선진국에 걸맞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가계의 자산 구성을 건전하게 만들며,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에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에서도 여야가 합심하여 노력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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