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지금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소득과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국민정신(국민윤리)이 쇠락하고 있는 등 세 가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문명사적 흐름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문명은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 국민이 문명사적 대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정신적 동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자본주의 경제는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우리 국민은 두 번에 걸쳐 문명사적 전환을 이룩하였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혁명을 통해 성리학의 나라에서 ‘자유인의 나라’로 제1차 문명사적 전환을 개시하였습니다.

세계문명의 흐름을 파악하고 냉전이라는 국제정세를 활용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예지력으로 한국의 문명사를 선진으로 이끌 역사발전의 근본동력인 “개인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1961년 5월 16일 군사혁명을 통해 ‘경제제일주의’의 나라로 제2차 문명사적 전환에 착수하였습니다. ‘박정희의 산업혁명’으로 절대빈곤의 늪에서 영광스럽게 탈출할 수 있었으며, 반세기 조금 넘는 기간에 한국은 저개발국으로부터 선진국의 문턱까지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압축성장과정에서 누적된 계층·이념·노사·지역·세대 갈등 등 사회적 갈등으로 인하여 아직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1990년대 7% 수준의 성장에서 2~3% 수준의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면서 GDP의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국가주도적 ‘신자유주의 글로벌리제이션’ 정책은 IMF 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의 조기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으나, 그 부작용으로 양극화와 격차사회를 수반하였습니다.

2020년 초에 전 세계를 휩쓴 COVID-19의 여파로 소득과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핵심은 바로 계층 간의 불평등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국민윤리력의 쇠락에 있습니다.

국민윤리력, 즉 정신적 자본이 왜소하여 한국자본주의 체제의 개혁에 당위적으로 작용을 못해서 계층간, 세대간, 이념간 갈등과 분열을 억누를 수 없는 Karl Marx의 사적 유물론이 적용되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난 1961년 이후 대한민국이 ‘경제제일주의’에 몰두한 나머지 국민정신, 즉 국민윤리의 함양에 소홀이 해왔습니다. 한국인은 모두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매몰찬 경쟁주의 가치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민정신, 즉 국민윤리의 힘의 근본인 공동체 정신이 소멸되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은 그들의 특권과 지위를 이용하여 경제적 지대추구행위에 경쟁적으로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민층과 청년들의 기득권층에 대한 ‘르상치망’적 심정이 한국사회에 만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의 주범인 ‘지대추구’행위는 모든 이해집단의 특권양보로 근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개혁은 광범위한 기득권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함께 묶는 ‘사회적 접착제’를 생산하는 ‘국민 윤리력‘, 즉 ’공동체 정신’이 ‘노·사·정’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통합을 이룩할 수 있는 정신적 밑받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잃어버리고 잊혀진 ‘공동체 정신’을 우리 민족의 고유사상인 ‘풍류도’와 ‘접화군생’을 토대로하여 ‘불교문화’, ‘유교문화’, ‘기독교문화’가 교체되면서 전개되어 온 한국의 정신문화유산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민족정신’ 부활운동을 통해서 정신적 동력을 찾아내는 제3차 문명사적 전환을 도모해야 할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힘”아니라 “국민성”으로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종교지도자들이 의연히 일어나서 국민의 혼을 일깨우는 국민정신개혁운동을 부르짖어야 합니다. 종교교육을 통해서 정신적 자원, 즉 국민윤리력을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각자의 신도들을 가슴속 깊이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 민족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불교문화의 화쟁·화엄사상, 유교문화의 오륜·대동사상, 그리고 기독교문화의 생명존중·청지기사상 등으로 교화시키고, 변화시키고, 진화시키고, 조화시켜 나가는 포용적 공동체 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